[인터뷰] 조인철 "전남·광주 통합 성공, 20조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남·광주 통합, 20조 나눠 쓰면 실패"
"균형발전 핵심은 일자리…앵커기업 유치해야"

<더팩트>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지역 균형발전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통 경제 관료의 길은 대개 비슷하다. 세종시에서 국가 예산의 물길을 트고, 퇴임 후에는 수도권의 요직을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궤적은 조금 다르다.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 전문가'였던 그는 2019년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으로 부임하며 고교 시절을 보낸 광주로 향했다. 2년 8개월 동안 마주한 지역의 현실은 충격에 가까웠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었고, 지역에는 미래를 설계할 공간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중앙부처에서 '지역 발전'은 언제나 통계와 보고서 속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현실은 달랐다. 조 의원에게 광주는 단순히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가 아니었다. 평생 숫자로 다뤄온 정책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할 거대한 실험실에 가까웠다.

그의 동력은 언제나 '현장'이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던 그는 강단에 섰다.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선대학교를 택한 것도 번화가와 가까운 곳에서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지만, 모니터 너머로 청년들을 마주하며 지역의 현실을 체감했다. 이후 그는 지역 민생 경제를 연구하는 '민생예산연구소'를 세웠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로 묶이면 산업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조 의원은 손으로 원을 그리며 자신이 꿈꾸는 지역 균형발전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는 조 의원의 눈빛은 조금 달랐다. 마치 눈앞에 하나의 가상 시뮬레이션이 펼쳐진 것처럼 산업과 인구, 교통망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지를 손짓으로 그려 보였다. 준비된 문장을 읽는 느낌이라기보다 머릿속에 오래 쌓여 있던 생각을 하나씩 꺼내 놓는 듯했다.

그가 진단하는 지역 소멸의 원인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지역에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꿈을 펼칠 '터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열쇠로 '일자리 창출'과 '앵커 기업 유치'를 꼽는다. 그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결국 일자리 부족"이라며 "앵커 기업 하나만 들어와도 협력 기관과 관련 산업이 함께 내려오면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 의원을 만나 그가 그리는 지역 균형발전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구상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조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잡은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국회 입성 2년 차를 맞았다. 초선 의원으로 지내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대한민국을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국회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윤 전 대통령이) 공무원 출신인 만큼 국정이 정상적인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인사에서는 특정 지역을 배제했으며, 일을 처하는 방식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은 12월 3일 스스로 무너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탄핵과 정권 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회의원이 배워야 할 대부분의 경험은 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활동을 하며 입법 활동도 했고 현안 질의도 많이 했다. 본회의장에서 질의도 해봤고 안 해본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충분한 훈련을 했다고 본다. 계엄 저지도 해봤고 탄핵 표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해본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

-관료 조인철과 정치인 조인철 사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공무원 시절에는 균형 발전이라는 것이 머릿속에만 있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정치인은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현장에 가서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서 '이걸 고쳐야 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기획재정부에 있을 때는 국민을 직접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예산을 배분하면 부처나 지자체가 일을 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현장의 문제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지역에 내려가면서 그 현실을 직접 체감하게 됐다.

조 의원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생활권 통합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헌우 기자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를 모두 경험했다. 세 영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앙부처에는 칸막이가 너무 많다. 부처별로 나뉘어 있고, 부처 안에서도 과별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산업과 교통, 생활 인프라 등 여러 정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중앙부처에서는 자기 업무 영역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 되면 지역 전체를 보게 된다. 무엇이 먼저 필요하고 무엇이 서로 연결돼야 하는지가 보인다. 이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 번째는 일자리다. 적당한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들가 갖춰져야 한다. 전남·광주 통합이 이제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생활권 통합이다. 광주 따로, 전남 따로 움직이면 통합의 의미가 없다.

생활권이 어느 정도 통합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교통망이다. 수도권은 철도와 도로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데 지방은 그렇지 않다. 광주에서 광양이나 순천을 가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남이 사실상 두 개(동·서)로 쪼개져 있는 상황이다. 생활권 통합이 이뤄지고 기업 유치와 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이 함께 진행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조 의원은 전남·광주 지역의 인구 유출이 계속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박헌우 기자

-전남·광주 지역의 인구 유출이 계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자리가 없어져서 그렇다. 노인 인구만 남고 청년들은 계속 빠져나간다. 결국 균형 발전을 이루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광주·전남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간다. 수도권에는 일자리와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처가 '이거 해줄게', '공공기관 하나 내려보내줄게' 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과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중앙부처 전체가 달라붙어 지원해야 한다. 도로면 도로, 산업이면 산업,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통합 이후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있다. 광주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도 잘 살게 되고 청년들도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20조 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시군별로 나눠 쓰면 실패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을 키우는 데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성과를 만들면 다음 정부에서도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번에 선출되는 통합특별시장이 4년 동안 정말 잘해야 한다.

그러면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광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오고, 당장 서울과 경쟁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근접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최근 논의되는 전남·광주 통합 예산과 재정 지원 구조는 적절하다고 보나.

구조 자체를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20조 원을 주기로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지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20조 원을 어떻게 쓰느냐다. 중앙정부가 원래 해야 할 사업들을 20조에 포함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오롯이 지방에서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국가가 이미 주던 것은 그대로 주고, 20조 원은 완전히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지원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여기에 무임승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전남·광주 통합 이후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냥 놔두면 안 된다. 일단 시드머니로 20조 원이 주어졌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큰 대기업이 오면 부지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청년 고용을 유도할 수 있다.

앵커 기업 하나만 들어와도 협력 기관과 납품 업체들이 함께 내려오면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그러면 청년들이 일할 곳이 많아진다.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 같은 것도 광주로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은 부지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 시도도 해보고 싶다. 다만 제가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제 욕심일 수도 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정치의 목표가 '국민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들의 행복 수준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몇 점 정도인가.

10점 만점에 7점 정도라고 본다. 행복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다. 다만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니 늘 힘들다.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고 원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그래서 균형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은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 있어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다.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 의원에 2년 연속 선정됐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언가 찾아봐야겠다고 하면 관련 서적을 폭넓게 훑어보는 방식으로 읽는다. 제목이나 서론, 본문을 빠르게 확인하면서 참고한다.

국민의힘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우리 지구와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수억 년의 시간 속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미세한 티끌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이 하는 걸 보면 다음 세대는 보지 못하고 다음 총선만 보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길게, 최소한 다음 세대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균형 발전을 성공시킨, 광주를 성공시킨, 전남·광주 통합을 완성시킨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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