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중동 사태가 주한미군 전력 반출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담당 고위 관계자들이 연이어 방한한다. 주한미군 자산 이동이 한미 안보 현안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관련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이란 전쟁으로 지연된 핵추진 잠수함(핵잠) 등 한미 안보 분야 협의도 주목된다.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마이클 디솜브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11~15일 한국을 방문한다. 디솜브레 차관보는 이번 방한에서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정의혜 차관보, 박종한 경제외교조정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데이비드 와이레즐 동아태 부차관보도 9일 한국에 도착해 11일까지 국내에 머무른다.
한미는 이를 계기로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디솜브레 차관보의 방한에 대해 "한미 제반 현안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 간 현안들을 두루두루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의제에 국한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사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전력 반출이 언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미 전쟁부가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일부를 중동에 재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일부가 C-5, C-17 등 미군 대형 수송기를 통해 중동으로 반출됐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주한미군 전력 반출에 대한 한미 간 이견도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한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전쟁 장기화와 동맹 현대화를 이유로 주한미군 병력 이동을 언급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군사적·비군사적 협조를 구하진 않았지만 전쟁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밖에 양국은 북한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북미 대화로 이어진다면 남북 관계 복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미 대화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하순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와 원자력 협력 진전 등 한미 안보 분야 후속 협의가 언급될지 주목된다. 관련 협의는 중동 정세 영향으로 애초 계획과 달리 미국 대표단이 방한하는 게 아니라 정부 대표단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안보 분야 협의를 위한 우리의 사전 방문은 한미 간 긴밀하게 조율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미투자특별법은 디솜브레 차관보가 방한하는 기간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전날 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관세 인상을 예고, 그 여파로 핵잠 등 관련 후속 협의가 지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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