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지방선거 공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국민의힘이 뒤늦게 '반성문'을 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천 미신청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노선 수정을 요구한 것을 계기로 '절윤'을 결의했지만, 선거 출마자들을 비롯한 당내에서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만시지탄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선거 판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약 3시간 넘는 격론 끝에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의원 전원 합의로 채택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잘못된 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송구하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할 것을 결의하고, 당이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미래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는 지방선거 공천 흥행에 비상이 걸린 상황과 맞물려 이뤄졌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까지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을 받은 결과, 15명이 몰린 대구·경북(TK)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신청이 저조했다. 이에 공관위가 구상한 예비경선 승자가 현역 단체장과 맞붙는 이른바 '한국시리즈식 경선'도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중량급 현역인 오세훈 시장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파장이 커졌다. 오 시장은 접수 마감일까지 당 노선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배수진'을 쳤고, 이 카드가 당의 노선 정리 논의를 다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개혁파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가 노선 변경 요구를 접으며 잦아들던 당내 논쟁도 이를 계기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 의원총회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뒤늦은 노선 정리가 실제 선거 판세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당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당 상황이 어려운 만큼 노선 정리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과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이제라도 정리가 된 만큼 선거 구도가 정상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경쟁으로 형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에 공천을 신청한 한 출마자는 의총 직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는 여당이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을 장악한 거대 여당과 싸워야 하는 야당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노선을 놓고 논쟁하며 시선을 분산할 때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오 시장의 공천 미신청이 오히려 서울 선거 판세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오 시장을 중심으로 뛰려던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들이 크게 동요하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들 선거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고 오 시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선 전환 시점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배수진을 치더라도 초반에 했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절연 문제가 크게 보이지만, 지금 와서 절윤을 선언한다고 해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누가 후보로 나오고 지역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이느냐가 핵심인데 오히려 철 지난 논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관위는 추가 접수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미 공천 신청을 한 후보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공당이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지역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검토할 수는 있지만, 확실한 건 특정인을 위해 추가 접수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우리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절윤'을 천명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이 이제 선거에 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의문이 선언에 하나하나 실천되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