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엇갈린 신호'와 안갯속 ‘한반도의 봄’ [이우탁의 인사이트]


트럼프, 국정연설서 ‘북한 포함 한반도’ 언급 전혀 없어
김정은, 당대회 폐막연설서 "북미관계, 美에 달려" 강조

3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온 전문가들은 워싱턴과 평양의 최근 동향에 축각을 곤두세웠다. 사진은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3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온 전문가들은 워싱턴과 평양의 최근 동향에 축각을 곤두세웠다.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먼저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쏠린 트럼프의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108분간의 장광설은 대부분 미국 내 현안과 자신의 국영 운영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그 속에서 ‘한반도’는 실종됐다.

북한과 한국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중국 또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작전을 언급하면서 "(마두로가)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기술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게 전부였다. 이는 집권 1기 시절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2018년 1월의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보다 더 완전하고 잔인하게 자국 시민을 탄압하지 않았다"거나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중국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서 우리는 불량 정권과 테러 그룹, 우리의 이익과 경제, 가치에 도전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에 직면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2월의 국정연설에서는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하며 "우리는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계속한다"면서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곧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의 올해 국정연설에 대해 ‘국내 현안이 외교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방문을 앞두고 메시지를 절제했다는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중간선거을 의식한 ‘성과 홍보’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모습이 더 역력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실 요즘 북한 문제는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사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않는다. 미국 경제와 관세, 이민, 치안 등 국내 문제와 우크라이나와 이란 등 국제이슈가 미국을 흔드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북한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반면에 2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내용을 보면 북한 노동당 제9차 당대회 폐막 연설에서 김정은은 미국에 비교적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이미 천명했듯이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리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다시 만날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특히 "조미관계(북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평화적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되어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트럼프에게 선택을 맡기는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발신한 메시지를 보면 3월 말부터 4월 초에 펼쳐질 미중 정상회담 국면에서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관측이 가능하다. 트럼프가 워낙 예측불허의 인물이어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계기에 김정은에게 ‘깜짝 제안’을 할 가능성은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당시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가진 회견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동이 불발된 것을 아쉬워하며 후일을 기약했었다. 하지만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자신의 레임덕이 밀려올 것을 잘 아는 트럼프가 확실한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상존한다. 오히려 미국 유권자들에 강렬한 인상을 던질 시진핑 주석과의 담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가 트럼프의 올 봄 중국방문의 기류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일각에서 올 4월을 ‘한반도의 봄’이 올 소식을 기대하지만 역시 관건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지정학에 얽매인 한반도의 운명적 과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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