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탁의 인사이트] 뮌헨안보회의에서 확인한 ‘돈로 독트린’, 한국 외교는?


루비오 연설 "미국은 유럽의 자식"...서반구 지배권 천명
80년간 유지돼온 美주도 국제질서 퇴조...세계사적 전환 의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6년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15일 출국을 하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뮌헨=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이 승리가 안겨준 환희는 우리를 위험한 망상으로 인도했습니다."

지난 14일 2026년 뮌헨안보회의 연단에 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이 외교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 80년간 유지돼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세계사적 전환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세계를 구한 역사적인 동맹’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루비오 장관이 언급한 ‘승리’는 공산권의 몰락을 이끈 미국과 서방의 동맹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그는 곧이어 "모든 국가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리라는 믿음, 무역과 상업이 국가의 역할을 대체할 거라는 믿음, 규칙 기반 세계 질서가 국가 이익을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 국경 없는 세계에서 모두가 세계 시민이 될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이는 인간 본성과 5000년에 걸친 역사적 경험을 무시한 위험한 착각이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제 미국과 유럽이 다시 손잡고 ‘망상’을 바로잡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250년 전 건국한 미국의 뿌리는 유럽의 철학과 기독교 문명, 과학혁명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문명, 즉 서구 문명의 일원"이고 "미국은 언제나 유럽의 자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최강의 패권국임을 강조하기보다는 서구 문명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루비오의 발언은 지난 80년간의 전후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을 상징적인 장소 뮌헨에서 설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 자유무역, 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해왔다. 그 핵심축은 유럽에서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아시아에서는 개별적 군사동맹 체제였고, 경제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통한 글로벌 자유무역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질서를 부정하고 미국의 역할을 서반구(西半球·Western Hemisphere)의 수호자로 재정립하고 있다. 서반구란 지구를 본초 자오선(경도 0°)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눌 때 그 서쪽에 해당되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북남미 대륙과 유럽 전역을 포괄한다.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은 1823년 제임스 몬로 미국 대통령이 미주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거부하며 미국도 유럽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 ‘먼로 독트린’에 도널드 트럼프의 ‘도널드’를 결합한 것이다.

서반구를 미국이 수호해야할 공간으로 설정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이다. 바꿔말하면 서반구 전체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지배를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가 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지목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을 한밤중에 체포해버린 남미의 베네수엘라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그린란드 영토야욕을 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를 어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돈로 독트린이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패권도전국 중국의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들고 있다. 트럼프로서는 미국의 남은 힘을 자국 내부의 문제나 서반구의 동맹 강화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도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미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음이 담겨있다.

과거 중국을 자유무역체제로 견인하려 했던 전략이 결국 중국의 패권추구를 도왔을 뿐이라는 반성도 깔려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80년간 ‘패권국’으로 감당해온 ‘질서 유지 비용’을 동맹국들과 공유하면서 미국의 재정적 압박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관대함을 이용해 ‘무임승차’해온 만큼 이제는 안보적, 경제적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라는 것이다.

전세계 동맹체제의 재편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수호자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부터 지키는게 급선무가 됐다는 바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을 새삼 일깨운 루비오 장관의 연설은 외교적 수사를 넘어 역사의 전환을 상기시켜준 신호라 할 수 있다. 거대한 시대적 전환 속에서 한국 외교의 지향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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