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국회 <하>] 당적 이동은 '낙인'?…동업자 정신 사라진 '환승 금지' 국회


'외부 세력' 낙인부터 서류 컷까지…보좌진 이동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강선우·김병기 제명, 보좌진 '환승' 더 어려워지나

12·3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 정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당적 이동의 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 의원회관 전경.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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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선거 결과와 정치 지형이 변하면 의원도 보좌진도 움직인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소수정당에서 거대 양당으로의 이동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당을 옮기는 건 단순한 이직은 아니다. 정당의 역할과 시스템, 의사 결정 구조, 정치적 문법 속에서 이동한 이들은 어제와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더팩트>는 당을 옮긴 보좌진과 의원들의 선택을 통해 국회를 움직이는 내부 시스템과 보이지 않는 노동의 현실을 상·하로 나눠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국회=서다빈·정채영 기자] 앞으로 여의도 정치는 어떻게 흘러갈까. 보좌진들의 '환승'은 과연 더 쉬워질 수 있을까. 12·3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 정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당적 이동의 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강선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갑질 '폭로'가 이어졌을 당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보좌진들도 이 당 저 당을 건너다니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부 세력이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국회에 몸담아본 적 없는 이들은 보좌진들의 당적 변경을 일반 기업의 이직과 비슷하게 여기지만, 국회 내부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보좌진은 의원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며 상시적으로 정치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직업이다. 정치적 판단과 개인의 신념이 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을 가진 A 씨는 민주당에서 근무하던 당시 업무 과정에서 큰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그는 "이념적으로 맞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자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근무한 뒤 현재 진보 성향 정당에서 일하고 있는 B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B 씨는 "당 색깔이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때마다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신념과 다른 방향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며 보좌진 이동의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경찰들이 12월 3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치 이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실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국민의당 출신 보좌진을 받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공문이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효력이 약화됐지만, 당시 보좌진 채용 과정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다.

보좌진 C 씨는 "21대 당시에는 보좌진을 뽑을 때 이력에 국민의힘이 있으면 아예 받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이 내려왔었다"면서 "아예 서류 단계에서부터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보좌진 D 씨 역시 "당적이 꼬이면 서류에서 거의 다 컷 된다"며 "면접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당적 이동뿐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보좌진들의 이동이 막힌 사례도 존재한다. 한 민주당 소속 보좌진 E 씨는 "과거 반명계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은 보좌진으로 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암암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 직후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보좌진 이동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을 둘러싼 인식 차이와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그 괴리감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병기·강선우 의원 등을 둘러싼 보좌진 폭로가 결국 사퇴로 이어지면서, 향후 보좌진들의 당적 이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김병기 무소속 의원과 강선우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예외는 있었다. 탄핵 국면이 채 정리되지 않았던 시기, 한 진보 정당 의원실에는 국민의힘 출신 비서관이 이적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발생했다. 여야 대립이 절정에 달한 상황이었던 만큼 보좌진들은 의원에게 "다른 당적을 가진 보좌진을 채용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차별하거나 미워하지 말라"는 당부를 보좌진들에게 전했다.

해당 의원실 소속 보좌관 F 씨는 "(국민의힘에서 온 보좌진을) 보호해 주려고 했던 것 같다"며 "보좌진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혹시 모를 차별이나 주변의 시선을 사전에 차단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병기·강선우 의원 등을 둘러싼 보좌진 폭로가 결국 사퇴로 이어지면서, 향후 보좌진들의 당적 이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직 보좌진들의 폭로를 계기로 윤리위원회 제명과 무소속 전환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각 당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좌진 출신 인사들의 이력과 이동을 더욱 엄격히 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혁신당 소속 보좌관 G 씨는 "(당적 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사실 당내 상황에 대한 '보안' 문제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서로 동업자 정신이 깔려 있어 이동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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