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 정세현 "남북연합 구성해야…北 흡수통일 두려움 있어"


"전작권 회복…9·19 남북군사합의 복원도"
李 대통령 향해 "북미 대화 환경 만들어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백두산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만으로 흥분할 사람은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결국 한국 사람과 해외 한인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도 벌려 놓은 관광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선 남북 교류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수서=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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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수서=김정수·정소영 기자]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자고 합의만 해서 되겠나. 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적대 행위 불추진 등 평화공존 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남북연합'을 구성해야 한다. 남과 북이 협력적 관계로 가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더팩트>와 만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같이 말하며 한반도 평화공존의 제도적 틀로서 남북연합 구상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한 당국자들과의 접촉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정 전 장관은 남북 협력이 현실성을 갖는 이유로 북한이 처한 구조적 조건을 먼저 짚었다. 그는 북한이 추진하는 관광 사업의 실질적 파트너는 결국 한국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백두산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만으로 흥분할 사람은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결국 한국 사람과 해외 한인들"이라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관광 수입이 북한 내부의 경제 순환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선) 관광으로 벌어들인 돈이 있어야 지방 발전 정책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사고 공장을 돌릴 수 있고 병원에 필요한 의약품 생산 시설이나 의료 장비도 들여올 수 있다"며 "이에 겉으로는 (한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추진하는 관광 사업의 실질적 파트너는 결국 한국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두산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만으로 흥분할 사람은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결국 한국 사람과 해외 한인들이라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다만 정 전 장관은 한국이 우월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렇다고 '결국 우리한테 올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거드름을 피우는 태도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이라며 "북한이 마치 스스로 문을 여는 것처럼,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이산가족 상봉 협상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정 전 장관은 "1998년 베이징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며 비용 지원을 제안했더니 북한 측에서 '조건부로는 받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며 "당시 북한 당국자가 '정 선생, 주는 쪽만 자존심이 있는 게 아니라 받는 쪽도 자존심이 있소'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연합도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유럽연합(EU)처럼 각국이 주권과 체제를 유지한 채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방식이 연합이다. 각자 화폐를 쓰면서도 원하면 공동 화폐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북한은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그 현실을 감안해 연합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0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평화(平和). 벼(禾)가 입(口)에 골고루(平) 들어간다면 그들 관계가 평화로운 관계라는 것이라며 쌀과 비료가 북한으로 갈 때 남북 관계가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정 전 장관은 평화공존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으로 군사·안보 영역도 짚었다. 그는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유엔사가 반대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요구하면 관세 협상처럼 국면은 바뀔 수 있다"며 "DMZ 일부를 분단의 역사와 통일의 희망을 체감하는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마저 막는 것은 과도한 고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사는 사실상 미 국방부 산하 조직인 만큼, 필요하다면 국방부 차원에서 미국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어조를 보였다. 그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이미 대북 억제에서 대중 견제로 이동했는데 전작권을 왜 계속 미국이 쥐고 있어야 하느냐"며 "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한 북한이 도발해도 우리가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2028년, 2029년으로 계속 미루자는 논리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며 "전작권을 조속히 회복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DMZ 출입과 활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의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 흐름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한국이 맡아야 할 페이스메이커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박헌우 기자

끝으로 그는 정치권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분명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이미 전작권 환수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이제는 말이 아니라 이행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며 "3·1절 기념사 이전에 9·19 남북군사합의의 단계적·선제적 복원을 우선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의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지금 당장 꺼내 들 카드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훈련을 유예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선제적으로 설명해야 북미 대화의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 흐름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한국이 맡아야 할 페이스메이커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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