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12·3 불법계엄 연루 공직자를 조사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12일 "12·3 불법계엄은 정부의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려는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이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징계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의뢰 110건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TF 총괄 단장을 맡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헌법존중 TF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제안과 이재명 대통령의 호응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설치됐다. 아울러 기관별로 꾸려진 제보센터가 그해 12월 12일까지 운영됐고 1월 16일 관련 활동을 마쳤다.
TF에 따르면 49개 기관 중 실제 조사는 총 20개 기관에서 실시됐다. 이 중 12개 중점 기관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이다. 8개 일반 기관은 교육부, 통일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법제처, 국세청, 방위사업청 등이다.
나머지 29개 기관 가운데 28개 기관은 조사 과제가 없어 지난해 말 활동을 종료했다. 1개 기관은 조사 대상자의 면직으로 활동이 중단됐다.
윤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2·3 불법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과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 기능을 보유한 여러 기관으로 전달돼 헌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실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실장은 "불법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해당 기관 고유 기능과 관련된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고 국회의 계엄 해제 권고가 의결된 12월 4일 새벽 1시 이후에도 불법계엄 유지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며 "해제 후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기획된 계엄 실행 계획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면서도 "다만 불법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소집된 간부회의의 시간과 내용 등으로 미루어 군과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47개 중앙행정기관은 사전에 불법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경찰도 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윤 실장은 아울러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행정부는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법계엄 진행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적 지시를 구조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일부 공직자들의 불법계엄에 대한 저항 혹은 과잉 협조도 있었지만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나타난 행동은 위헌·위법적인 지시의 우선 이행 또는 관망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계엄 선포 직후 군과 경찰을 중심으로 이중 통제 구조가 형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군 1600여 명과 경찰 2000여 명은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차단·통제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내란에 협조했다.
또 수사, 출입국 통제, 구금, 시설 관리, 방송·홍보, 외교 등 각 중앙행정기관의 기능이 계엄 성공을 위해 실제 작동했거나 지시 이행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일례로 법무부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공무원들에게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께 출근 및 대기 지시가 내려졌다. 교정행정 담당 부서에는 구금시설 여유 수용 능력을 파악하라는 지시도 전달됐다.
해양경찰청에선 권한이 없는 공무원이 계엄사령부로의 인력 지원, 총기 불출, 유치장 개방 등 자발적 과잉 협조를 주장한 사례도 파악됐다. 총리실 비상계획 업무 담당자들은 권한을 넘어 모든 행정기관 청사 출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가안보실은 계엄 직후 수차례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 국가에 발송하도록 외교부에 강압적으로 지시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작업에 협조하라는 지시가 소방청 내에 걸러지지 않고 전달되기도 했다.
다만 불법계엄에 저항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 경찰 공무원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58분께 경찰청장에게 '불법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게시했다. 서울경찰청은 위헌적 국회 차단 조치 해제를 건의, 경찰청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여 오후 11시께부터 30여 분간 국회 차단이 일시적으로 해제됐다.
국가안보실의 지시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들이 이를 제한적으로 이행하거나 지연 또는 거부한 사례도 파악됐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끝으로 수사의뢰 진행 사건 외에는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일제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할 계획이다. 다만 내란 관여도가 높고 조사 대상 범위가 넓은 군의 경우 TF 활동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개정 '군사법원법'에 근거, 외환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는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새롭게 설치해 수사 중심의 종합적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윤 실장은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헌정질서가 위협받는 그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위헌·위법적 판단과 지시가 국가 운영 과정에서 그대로 이행되거나 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며 "특히 다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나서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먼저 헌법에 따라 판단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책임 있는 행정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가 따라야 할 최종 기준은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이라는 점을 공직사회 전반에 분명히 정착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법령과 제도, 교육과 훈련 등 모든 행정체계를 확실하게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s881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