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 핵전력을 상호 검증해 온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New START)이 5일 오전 9시(한국시간) 공식 만료됐다. 핵무기 통제 체계 붕괴로 국제 핵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기반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중과의 군사 채널 구축에 외교적 역할을 보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011년 발효된 뉴스타트는 미·러 양국이 실전에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1550기 이하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핵 운반 수단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협정은 10년 기한에 5년 연장 조항을 두고 있어 2021년 한 차례 연장됐지만 이날 추가 연장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뉴스타트 효력이 마침내 종료된다"며 "우리는 뉴스타트 당사국들이 조약의 핵심 조항을 포함해 조약 맥락에서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도 더 이상 구속받지 않고 원칙적으로 다음 조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러간 핵군축 대화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종료됐었다. 이후 러시아는 핵시설 사찰을 잠정 중단했고, 2023년 초에는 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타트 종료를 두고 핵무기 통제 체계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낸 성명에서 "수십 년간 이룬 성과에 대한 해체는 핵무기 사용 위험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아진 최악의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며 "반세기 넘게 지나 처음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일각에서는 핵 통제 공백이 군비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논리를 뒷받침하는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한 대중 소식통은 통화에서 "핵전력 증강을 이어가는 중국과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 중인 북한까지 더해져 국제 핵질서는 불안정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각국은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전력을 경쟁적으로 확충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국제 핵질서의 변화는 한국의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안보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미·러 간 전략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 차원의 확장억제 신뢰를 관리하며 주변국과의 군사적 소통 채널을 다층적으로 유지·강화하는 외교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첨단 재래식 전력과 국방 AX(인공지능 전환)를 구축해 가는 구조"라며 "현실적으로 독자적인 핵 억제 능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핵보유국과의 동맹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일수록 중국·북한과의 군사적 소통 채널을 구축·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사 채널 구축에 합의한 것처럼 한국도 이러한 군사적 소통 구조에 기여하는 방식의 외교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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