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숙원이었던 '1인 1표제'를 재의결 끝에 관철하며 당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계기로 당내 갈등의 골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이 통과됐음에도 당내 분위기는 마냥 개운치 않다. 중앙위원 투표 참여율은 지난해 12월 첫 투표(62.58%)보다 크게 오른 87.29%를 기록했지만, 찬성률은 72.65%에서 60.58%로 낮아졌고 반대표는 102표에서 203표로 급증했다. 제도 관철과 별개로 당내 정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합당 논란이 (투표에) 반영돼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의 시선은 이제 혁신당과의 합당으로 향하고 있다. 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 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힌 직후, 곧바로 합당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의원들이 요구한 토론·간담회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합당 여부는 결국 당원들의 판단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1인 1표제'가 당원주권강화라는 명분 아래 전날 중앙위 문턱을 넘은 만큼, 합당 역시 같은 가치 선상에 올려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합당의 전 과정은 당원들의 뜻에 달려 있다"며 "합당 여부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최고위원들과 같이 한번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1인 1표제' 통과로 정 대표에게 힘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범야권 관계자는 "1인 1표제 가결로 정 대표가 동력을 확보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 흐름이 그대로 합당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번 (1인 1표제) 결과가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큰 산 하나를 넘었다. 정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밀어붙여서 당을 리세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의원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최근 간담회를 열고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선 의원 모임인 '더민재'도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합당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으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별도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갑론을박이 이어져 정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에 정 대표는 5일과 10일, 더민초·더민재와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정 대표가 의원들을 만나 원내 반발을 직접 달래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합당을 둘러싼 불만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합당) 찬성 반대를 떠나서 의원들을 무시한 것 아니냐"며 정 대표의 일방적인 합당 제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합당을 꺼내는 것 자체가 국민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 중진인 박홍근 의원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추진이 강행될 경우 보이콧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당심에 방점을 찍은 채 원내 공감대 형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명분과 '당내 숙의와 통합'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는 당분간 민주당 내부 갈등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주권을 강조하는 (정 대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의원들 역시 당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중대한 사안을 당원투표로만 풀어가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기득권 의원들의 저항에 맞서는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반대가 거셀수록 정 대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결국 그 힘으로 합당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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