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 8개월을 '해체와 파괴, 붕괴와 추락의 시간'으로 규정하며, 현 정부의 안보·경제관과 사법 시스템 파괴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은 어제에 머물러 있지만 대한민국은 내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정 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설 분량의 상당 부분을 세계 패권 전쟁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국내 정치를 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외교·안보적 위기를 부각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의 허구성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닌 '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미국의 패권주의적 전략'으로 봤다. 이란 사태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란 정권 제재에 나선 것은 중국의 핵심 원유 공급국을 차단해 '일대일로 사업'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지경학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패권 전쟁의 여파가 이미 대한민국에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25% 재인상 방침의 배경으로 '쿠팡 사태'를 지목했다.
장 대표는 "미국은 쿠팡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중국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며 "동맹국인 한국의 데이터 주권, 유통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중대한 침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정말 실용적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며 "미국 가서 '땡큐'하고, 중국 가서 '셰셰'하는 외교는 실용외교라 할 수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이 없듯, 모두를 만족시키는 외교는 존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남북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왜곡된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오랜 시간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북한에서 엄청 불안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실언이라고 믿고 싶다. 실제로 대통령이 저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라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정면으로 직격했다. 장 대표는 "이 정권은 성장엔진을 살리는 대신, 현금 살포라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을 선택했다"며 그 결과 통화량 급증으로 인한 고환율·고물가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율은 1500원대에 육박하고 원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며 "물가는 천정부지"라고 성토했다. 또 "집을 팔기도 어렵고, 사기는 더 어렵고,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폭등하는 삼중, 사중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틈만 나면 추경을 거론하며, 돈을 더 풀 궁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매표용 돈 풀기에 나선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이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현금 살포가 아니라 물가, 환율, 부동산 같은 기본부터 챙기고 서둘러 산업구조 혁신에 나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특검을 '지방선거용 내란몰이'라 비판하는 한편 여권의 의혹을 겨냥한 △항소포기 특검 △민주당-통일교 게이트 특검 △민주당 공천뇌물 특검 등 '3대 특검'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특검을 거부한다면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하는 것"이라며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특히 공천 뇌물 의혹을 겨냥해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치는데도 수사는 제자리다. 정상적인 수사라면 관련자 모두 진작에 구속됐어야 한다"며 "비리를 알고도 덮은 김현지 부속실장과 이 대통령, 민주당 지도부까지 모두 수사를 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본인들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3대 특검을 끝까지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 대표는 "정쟁이 아니라,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영수회담을 다시 한번 공식 요청했다. 그는 "국민들의 걱정이 큰 물가와 환율 문제, 수도권 부동산 문제, 미국의 통상 압력 문제 등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고 우리 당의 대안도 설명하겠다"고 했다.
또 "특검 추진 등 정치 현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많이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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