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지난 27일부터 닷새간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사회장이 엄수되고 있다. 이념과 진영을 막론하고 여야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했다. 장례 사흘째인 29일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장동혁 지도부가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확정한 이후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당적이 박탈된 한 전 대표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민주당에서도 당내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추모 기간이 끝난 뒤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주, 정치권에서 있었던 일들을 짚어본다.
◆'당적 박탈' 한동훈의 뼈 있는 한마디 "반드시 돌아온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을 찾았다고?
-맞아. 분노한 한 전 대표 지지자들 200여 명이 국회 소통관에 몰렸어. 지지자 간 소동도 발생했어. 한 전 대표 지지자들과 당권파를 지지하는 유튜버 간 물리적 충돌이었어. 한 유튜버가 대머리 가발을 쓴 채 소통관에 들어온 게 발단이었어. 한 전 대표가 '가발'을 쓰고 다닌다는 근거 없는 소문 영향인 것으로 보여.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꺼져라", "나가라'라고 소리 질렀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지.
-마찬가지로 한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빠져나갈 때도 '구름 떼' 지지자들은 함께 발걸음을 옮겼어. 그러면서 장동혁 지도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를 내더라. 평소보다 굳은 표정의 한 전 대표는 지지자들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 인사를 하더라. 현장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더팩트>에 "한 전 대표 지지자이기 전 당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며 "계엄을 극복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폭삭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더라.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한 전 대표의 말이 의미심장해 보여. 어떤 의미일까?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저 말만 남기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차에 올랐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건데, 지방선거 출마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지만 보수가 스스로 자기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와. 지금 당장은 당에서 내쳐지는 모양새지만, 결국 당의 위기가 깊어지면 당원과 국민이 자신을 다시 불러낼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재입성 확신'인 거지.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향후 행보에 대해) 다 이야기했으면 이렇게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그 자체로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어.
◆대여투쟁 방향 논의하려다 한동훈…난리 난 국힘 의총
-장동혁 대표의 단식이 끝난 후 처음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분위기가 어땠어?
-지난 26일 열린 의원총회는 쌍특검법(통일교·공천헌금) 촉구를 위한 대여투쟁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해. 한 전 대표 제명 여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쏟아지면서 사실상 '한동훈 의총'이 돼 버렸다는 전언이야.
-그런데 친한계 의원들은 의총이 끝나기도 전에 줄줄이 나왔다고 하던데?
-가장 먼저 의총장을 나온 의원은 정성국·배현진 의원이었어. 두 의원이 의총장을 빠져나오자 취재진이 즉각 붙었는데, 이들은 "당직이 아니라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어. 의총장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송석준 의원도 회의 도중 취재진과 마주했는데, 잠시 망설이던 그는 '징계를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당연한 얘기 아니냐"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굴 배척하느냐"고 반문했어.
-친한계 고동진 의원은 다소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앞선 의원들이 나온 지 5분쯤 뒤, 고 의원도 의총장을 빠져나왔어. 취재진이 몰리자 "당의 미래가 없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고, "X판"이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어. 차량에 오르기 전에는 "결심하던 해야 한다"고 말했고, '무슨 결심이냐'는 질문엔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어.
-'제명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송 의원이 회의장 안에서 제명 반대 의견을 밝히자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이렇게 당을 시끄럽게 하는데 제명해야 한다"며 맞받아쳤다고 해. 이 과정에서 성토가 오가며 회의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됐다는 전언이야.
-당내에서는 의총 도중 자리를 뜬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고?
-맞아. 당내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았어.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견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중간에 자리를 뜬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직격했어. 다만 한 전 대표 제명 여부와 별개로 "이 상태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해. 결국 한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한 당 지도부가 '한동훈의 강'을 건너 지선 체제로 곧바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조문 간 김남국, 과거 논란 떠올리게 한 "어, 누나!"
-'민주 진영의 거목' 고(故)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빈소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며?
-지난 28일 오후였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여야 인사들부터 정치권 원로들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는데, 인사 청탁 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났던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도 그중 한 명이었어. 김 전 비서관이 조문을 마치고 접객실로 이동하던 중 문정복 민주당 의원을 보고 "어, 누나!"라고 부르며 반가워하더라. 김 전 비서관은 또 다른 인사에게도 살갑게 "형님"이라 부르는 모습을 보였어.
-순간 기자들 머릿속에는 과거의 한 장면이 딱 스쳐 지나갔겠다.
-맞아. 다들 똑같은 생각을 했더라.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비서관한테 메신저로 부적절한 인사 관련 메시지를 보냈던 장면을 말이야. 당시 김 전 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한 게 언론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됐잖아.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외부 기관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에 민주당이랑 청와대가 야당의 공격을 받았지.
-과거 논란이 있었던 당사자가 "누나"라는 말을 꺼내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이 깜짝 놀랐던 거야. 물론 사석에서 사적으로 친한 상대에 대해 편하게 칭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지. 하지만 공개된 장소인 데다 장례식장이라는 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지 않을까 싶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아무리 편한 자리라도 보는 눈들이 이렇게 많은데, 과거 논란을 생각하면 언행을 좀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혀를 내두르더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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