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정치에 발을 디딘 지 꼬박 10년. 그럼에도 '박주민' 하면 '세월호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박주민(52·서울 은평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호사로서 세상을 바꾸는 데 한계를 느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제는 행정가로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수도'이자 1000만 시민을 가진 서울을 이끌겠다는 큰 포부.
22대 국회에서 3선 중진의 반열에 오른 박 의원이 입법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입법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건 의아했다. 그래서 물었다. "입법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맥락에선 국회가 더 어울리는 무대 아닌가요?"
박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서울은 매우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순간을 잘 보내야 서울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지금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서울시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라고. '세상'이 '서울'로 치환됐을 뿐, 긍정적 사회 변화를 갈망하는 그의 소신은 달라진 게 없었다.
박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시정 난맥상을 짚음과 동시에 '박주민 서울시'의 청사진을 가감 없이 밝혔다.
박 의원은 오 시장에 대해 "시민이 중심이 아닌, 시장 본인이 중심인 시정을 펼쳐왔다"라며 "오 시장 임기 동안 '전시성 행정'이 난립했고, 주거 공급·교통환경 개선·미래 먹거리 집중 투자 등 시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밀어붙였지만, 문제가 계속되면서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인 '한강버스' 사업에 대해선 "오세훈 시정의 민낯"이라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한강버스와 노선이 겹치는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200%가 넘는다"며 "9호선을 8량(현재 6량)으로 늘려 혼잡도를 떨어뜨리는 게 가능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교통수단에 계속 돈을 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은 뭘 하나 하려고만 해도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도시다. 오 시장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 추진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강에 계속 뭘 띄우려고 하는 것"이라며 "오 시장은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해 서울을 이용해 왔다. 저는 그러지 않겠다. 시민들이 시정의 중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대한민국 1등 도시' 서울의 위상은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고, 행정 통합을 이루는 지방에 4년간 최대 20조 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서울은 분명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결정적 시기'를 맞고 있다. 관련해 박 의원은 "서울은 세계적 도시들과 경쟁하는 도시다. 그래서 행정과 정치의 중심이 서울을 떠나더라도 세계와 경쟁해서 대한민국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며 "서울이 잘할 수 있는 바이오, 인공지능(AI), 문화 사업 등 잠재력 있는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서울 전역을 바이오 규제 샌드박스(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의 면제·유예 받아 시험·검증할 수 있는 제도)로 설정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뉴욕주에서 만든 '뉴욕 엠파이어 AI'라는 슈퍼컴퓨팅 허브를 예로 들며 '한강 AI'를 만들어 내겠다고도 했다. 대학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AI 운영 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행정 혁신과 공공 이슈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이를 통해 서울에 밀집된 AX(AI Transformation)기업들을 계속 머물게 하고, 투자 확장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고질적 문제인 부동산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 의원은 민간 공급의 속도 향상을 기본으로 하되, 공공의 역할을 병행해 집값 과잉 현상을 잡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의원은 "서울시가 (부동산 정비사업을) 통합 심의하면서 절차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분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중한 분담금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제대로 결성되지 못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민 리츠(부동산투자신탁)'나 '시민 펀드' 등을 조직해서 금융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금융 문제를 완화해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로 서울시 내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엔 "예상된 문제였는데, 오 시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라고 일갈한 박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서울이 독자적으로 쓰레기·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당장은 그게 어려우니, 경기·인천 등 인근 자치단체와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겠다"라며 경기·인천도 교통 문제 등 서울과 풀어야 할 의제가 산적한 만큼, 충분히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부터 진보적 정책을 국회에서 추진하거나 통과시킨 이력으로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거란 꼬리표는 박 의원을 꾸준히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저의 지하철 9호선 혼잡도 경감,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한 장바구니 물가 하락 등 공약이 중도의 방향과 배치되지 않는다"라며 "저는 실리·실용 기반 정책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중도 표심에 대한 걱정은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을 향한 민주당 내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점쳐지는 인물만 최소 7~8명에 이른다. '왜 지금, 반드시' 박주민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미래를 바라보는 자신의 남다른 시각'을 내세웠다. 그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지금 주가가 오르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연금 모수개혁도 해냈다. 그 과정에서 소통과 설득도 빼놓지 않았다"라며 미래 의제를 가져와 소통하고, 행정으로 실현할 적임자는 박주민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