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쌍특검(통일교·공천헌금 의혹)' 관철을 두고 야권 공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이 '박근혜 전 대통령 권고'로 종료되면서 공동 투쟁을 준비해 온 개혁신당은 국민의힘만 쳐다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박근혜 카드로 단식을 종결한 이유를 설명하라"며 국민의힘과의 특검 공조를 '조건부 유보'로 돌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그 속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현 단계에서 국민의힘과 특검 공조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한 전 대표의 징계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내홍 상황이 격화된 가운데, 특검 이슈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점도 이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칫 이 대표가 한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 개혁신당으로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장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쌍특검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에 나섰다가, 8일째 되던 날 박 전 대통령의 권고를 계기로 단식을 중단했다. 쌍특검은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협조해 공동 투쟁해 오던 사안이다. 이 대표는 단식 중단 바로 전 날인 지난 21일 단식 7일째인 장 대표를 찾아 특검 관련 야권 공조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해외 일정까지 중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해 장 대표에 힘을 실어주려 했지만, 단식이 예상 밖의 방식으로 마무리되면서 쌍특검 투쟁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 양당은 장 대표의 단식 장소를 청와대로 옮겨 이어가는 방안 등 추가 투쟁에 대한 아이디어도 논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협의 없이 단식이 종료되면서 공조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개혁신당은 대여 강경 투쟁을 통해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없지만 앞으로 투쟁의 과정과 공조 대상은 숙고하겠다는 태도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단식에 대한 공동 투쟁 방안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박근혜를 출구 전략으로 해버리면 우리가 더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한테 사전 협의도 한 바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특검 공조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의힘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힘든 일은 우리가 도맡아 해왔는데, 국민의힘 내부 정치로 상황이 비화되면서 특검 공조가 크게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더 공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내홍'이 끝날 때까지 공조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쌍특검은 국가적인 사안으로 야당이 협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이를 모든 정치 상황을 한동훈 전 대표 중심으로 해석하는 시각들이 있다. 징계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는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징계 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국민의힘과의 쌍특검 공조를 보류하겠단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에도 "(국민의힘과) 공조할 사안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현이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종결됐다"며 "오히려 그 실타래를 푸는 것은 국민의힘이 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공조를 이어가고 싶다면 어떤 개연성이고, 어떤 생각으로 (박 전 대통령 카드로 단식을) 종결한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의 '거리두기'가 지선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속도 조절이라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입장에서는 지금 국민의힘과 공조를 하는 게 '플러스알파'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이 대표의) 몸값을 부풀리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신생 정당으로 비교적 지역 기반이 약하고, 지지층이 '2030 남성' 등 특정 세대에 한정돼 지방선거의 확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한 명분을 근거로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개혁신당에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개혁신당이 몸값을 제대로 불리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손을 너무 빠르게 잡아줬다"며 "(특검 공조 전) 좀 더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어야 한다. 지금은 뒤늦게 밀당을 하는데 이유나 맥락이 약하고 수가 보여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