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관세' 예상 못한 정부…美, 2주 전 '무역 합의 촉구' 서한


'25% 관세' 전 정부 측에 美 대사대리 서한
팩트시트 무역 합의 거론…사전 경고 해석
靑 "서한과 트럼프 발언, 직접 관련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이 예고되기 약 2주 전, 미국이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내 무역 분야 합의에 대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했던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 관련 사안이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이 예고되기 약 2주 전, 미국이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내 무역 분야 합의에 대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했던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미국의 관련한 문제 제기가 합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대리 명의 서한이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달됐다. 서한 참조인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문배 외교부 부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주한 미 대사대리가 과기부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며 "외교부도 관련 서한을 참조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서한의 구체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서한에는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내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과 관련한 이행 촉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측은 우리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개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허위 정보 삭제 등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한 불만도 미국 측은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조인트 팩트시트의 골자인 '3500억달러 대미투자-15% 관세 인하'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 한국의 무역 협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문신학 1차관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보고는 기본적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특히나 어떤 예고 징후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이 과기부 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은 디지털 이슈 관련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언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이 위원장은 "여 본부장이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관계자를 세 차례 만났는데도 한국 국회의 입법이 늦어진 데 대한 어떠한 컴플레인도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국회의 여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어느 당도 한미 관세협상이나 대미투자에 대해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며 "협상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식으로 여당은 특별법 형식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을 받으라는 것으로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다만 미국 측이 한국 국회의 이러한 입법 절차에 대해서 이해가 적용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통상 빨리 진행해도 6~7개월 걸리는데 이런 부분을 미국 측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명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 본부장은 국회에서 이 위원장 등과 만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캐나다 일정을 마치는 대로 미국으로 출국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협의할 예정"이라며 "저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그리어 USTR 대표와 협의하며 양국 정부 간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언급의 진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게 있지만 민감한 외교사안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후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이 과기부 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은 디지털 이슈 관련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사유로 삼은 '한국 국회가 한미 간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언급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라고 전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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