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재개방 의지를 거듭 밝혔다. 평화의 길 가운데 일반인 출입이 중단된 DMZ 내 3개 구간을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DMZ가 정전협정의 산물인 만큼 출입 권한 역시 유엔군사령부에 있지만, 평화적 목적의 출입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정 장관의 논리로 보인다.
반면 유엔사는 정전협정 조항을 인용하며 출입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 장관이 언급한 3개 구간은 여전히 유엔사의 관할권에 속한다고 선을 그었다. DMZ가 헌법상 한국 영토지만 정전협정이라는 특수 조건에 따라 유엔사의 관할권도 미치는 상황인 셈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DMZ 평화의 길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으로 본격 조성됐다. 당시 정부는 해당 지역 일부 구간이 남방한계선 북쪽에 위치한 까닭에 정전협정에 따라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와 협의를 거쳤다. DMZ 평화의 길은 2019년 4월부터 개방됐지만 전체 11개 코스 가운데 고성, 철원, 파주의 DMZ 내부 구간은 2024년 4월 안보상 이유로 중단됐다.
통일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당 3개 구간을 재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장관은 지난 21일 복원 추진 구간 중 한 곳인 고성 DMZ 평화의 길 고성A 코스를 찾아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신뢰 회복 조치 차원에서 DMZ 내부 구간을 다시 열어서 평화의 길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정 장관의 발언 직후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유엔사는 언론 입장문을 통해 "평화의 길 대부분은 DMZ 외곽에 위치해 한국 관리하에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지만, DMZ 내 3개 도보 경로는 보안상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다"며 "이 구간들은 유엔사 관할권에 속하고 기존 DMZ 출입 정책과 절차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DMZ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에 따라 구축된 남북 완충지대다. 이곳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협정문대로 자신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유엔사 입장이다. 정전협정 제1조 제9항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얻은 인원을 제외하고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DMZ에 들어갈 수 없다'고 돼 있다. 군정위는 북측이 참여하지 않는 유엔사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전협정 제1조 제10항도 'DMZ 내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유엔사령관)이 책임진다'고 명시돼 있다. 유엔사는 지난달 17일 DMZ 출입 권한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자 해당 조항을 언급하며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정 장관은 정전협정은 군사적 성격의 협정으로 DMZ의 평화적 이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전협정 서문도 '이 조건과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밝혀두고 있다. 유엔사의 설치 근거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4호가 한국 방어 지원과 평화 유지·회복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 있다. 해당 결의는 한국 영토에 대한 허가권 행사나 영토 고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 장관의 DMZ 평화의 길 재개방과 관련해 "유엔사와 협의는 초기 단계로 공식적인 입장을 받은 것은 없다. 앞으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전협정은 군사적 성질이기 때문에 DMZ의 평화적 이용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통일부 장관 후보자 시절에도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이 DMZ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률과 정전협정의 조화로운 조정을 통해서 무난히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엔사가 그동안 정전 상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쏟은 헌신과 노고에 깊이 경의를 표하지만, 대한민국 영토 주권에 대한 것은 어떠한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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