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헌법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권력 분산형 개헌을 1호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정부·여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도 정치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루하루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가운데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전 개헌의 불씨가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사실상 여야는 개헌 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직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신속하게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헌특위 구성을 합의해달라고 요청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투표권을 제한하는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헌의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헌의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에 맞춰 합의할 수 있는 만큼의 단계적인 개헌을 추진하자는 우 의장의 제안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는 손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사법개혁 등에 집중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내홍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야가 2차 종합특검법, 통일교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개헌 논의 자체가 불투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헌 문제는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라면서도 "미니멈(최소)으로라도 합의할 수 있도록 개헌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양당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 발을 떼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부에서) 아직 다루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국민이 주체가 되는 개헌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개헌의 절차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투표법 등 법률 개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직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내 살고 있는 곳을 신고한 재외국민만을 명부에 포함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거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5년까지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법률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투표법상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아 유권자들은 헌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를 본투표일에만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국민투표법을 시급히 손을 봐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재외국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등 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지만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우 국회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투표법 개정 간담회에서 "헌법불합치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새로운 헌법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인 국민투표법의 개정은 더 이상 늦춰줘서는 안 된다"라면서 "국민투표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조속한 논의를 통해 국민투표법 개정에 대한 결론을 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당장 여야가 개헌 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없기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지방선거 이전에 새로운 헌법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지난해 대선 전에도 개헌과 동시투표 얘기가 나왔다가 흐지부지되지 않았나"라면서 "이번에도 갑자기 다시 개헌론에 불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전까지 모든 절차를 완수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라고 말했다.
개헌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야를 향한 비판도 나온다. 김태환 개헌국민연대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먼저 개헌론을 꺼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없는 모습"이라며 "결국 당시 개헌을 국면전환 용으로 꺼낸 것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도 개헌을 논할 경우 임기 초반인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일단 국민투표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개헌 가능성이 커지는데 시민사회단체에서 끊임없이 요구해도 정치권은 관심이 없다"라면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는 와중에 어떠한 협의점도 꺼내지 못하고 있고 상대의 공격점을 찾는 것에 혈안이다 보니, 대체 언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