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유권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이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감정과 선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밀하게 포착되고 있다. 선거는 점점 데이터 기반 경쟁의 장으로 재편되고 있고, 데이터를 통해 민심을 읽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데이터가 선거판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되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한 '데이터 전쟁'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확히 대변할 수 있을지 ,,총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시형·이하린 기자] 기지국 정보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이른바 '데이터 선거'가 정치권의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등 법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데이터로 추출한 민심이 실제 현장 표심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거대 양당은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데이터 기반 선거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혁신당 역시 후보자 지원을 위한 AI 기반 통합 관리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데이터 전략을 핵심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선거판의 '데이터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데이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이 실제 선거 승패를 가를 만큼 효과적인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데이터로 분석된 민심이 실제 유권자가 체감하는 여론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AI가 기본적으로 한국 선거 유권자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이터나 사실에 기반해 분석할 경우 결과 역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는 선거구가 많고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류를 최소화하려면 기초 설계 단계부터 꼼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감정'이 작용하는 정무적 판단의 특성상, AI가 실제 정무적 선택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일체감이 이미 강한 유권자들에겐 세부적인 공약을 매만진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의 차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을수록 AI의 영향력은 커지는데, 70~80점 수준의 보편적인 결과물은 빠르게 도출할 수 있지만, 모든 정당이 비슷한 결과를 내놓게 되면 오히려 전략의 차별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은 기지국 활용 전략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다. 현행법상 명백한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법적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동통신사와 독점 계약을 맺어 불특정 다수 유권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과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특정 정당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 계약의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다만 개인정보를 삭제한 메타데이터나 비식별 정보만 활용한다면 위법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제공자들이 동의했다면 활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용자들이 정보 제공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 동의 절차 없이 정당이 정보를 이용했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비식별·암호화된 정보 활용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커지는 만큼, 정당이 민간 기업에 비용을 지불해 손쉽게 데이터를 활용해 온 관행은 앞으로 점점 허용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에 있다는 지적 속에서도 데이터 선거가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면 여론이 다원화되고 세대·지역별 편차가 커진 현 상황에서 유권자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데이터 기반 전략은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