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정치 전성시대 ②] 실체가 있으면서 없다


'드루킹·국정원 댓글 조작' 유죄 확정
의견 표출 넘어선 여론 조작 악용 사례
"AI 성행…법과 제도 통한 제재 시급"

온라인 정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하지만 정치 참여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장점과 동시에 실체가 불분명한 여론 조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따라왔다. 그 가장 큰 예시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다. 사진은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021년 11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각각 선고받은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게 변한다.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뤄진 정보 취득과 정치활동이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정치' 전성시대다. <더팩트>는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 확대의 명암을 조명하고, 올바른 정착 방향을 총 3회에 걸쳐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대중들의 정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정치 참여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온라인 정치가 얼마든지 조직적 여론 조작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라왔다.

이미 그로 인한 문제점은 여러 번 경고를 보냈다. 법의 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가 이른바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 씨와 공모해 네이버와 다음 등 기사에 달린 댓글에 공감·비공감 클릭 신호를 보내 댓글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대법원은 김 전 도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온라인 정치가 단순히 의견 표출을 넘어선 여론을 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감과 댓글이 현실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한 판결이기도 하다.

국가 권력에 개입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은 온라인 정치가 보여주는 민주주의 원칙을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간인 여론조작팀을 운영했다. 당시 국정원은 사이버 댓글팀을 통해 특정 정치 성향을 확산시키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까지, 6년이라는 긴 법정 공방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유죄 판결로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정보기관으로서의 조직과 업무 체계,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사이버팀 직원들과 공모해 정치 관여와 선거 운동을 지시·관여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최근 불거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댓글 부대나 여론관리팀 논란 등도 온라인 정치가 조직적으로 관리·동원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비교적 최근 불거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댓글 부대나 여론관리팀 논란 등도 온라인 정치가 조직적으로 관리·동원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사례는 드물다는 점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경우 사건의 실체를 결국 추적해 내 처벌까지 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 정치의 특성상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여론 형성의 결과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누가 개입했는지 어디까지 조직적으로 짜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른바 '작전 계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작전 계정이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계정을 말한다. 얼핏 보기엔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적 세력이 그 뒤에 존재한다. 유사한 문구의 댓글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개시되는 방식이나 특정 정치 이슈가 떠오르면 활동량이 급증하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계정들의 실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온라인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이자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여론 형성이 단순히 매크로 기술을 이용한 물량 공세에 그쳤다면, 인공지능(AI)이 성행하면서 질적으로 그럴듯한 여론이 대량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황희두 정치활동가(노무현재단이사장)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개개인의 온라인 정치에 대한 경각심으로는 부족하다"며 "AI를 활용한 집단적 여론 형성은 관련 법과 제도를 손봐야하고, 문화적 기술적 대응을 종합적으로 병행해야하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도 조직적 여론 조작과 가짜 뉴스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온라인 정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여론 조작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과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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