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 요구에도 '버티기'…김병기, 강선우·장경태 전례 되풀이?


金, 꼬리 무는 폭로·당 안팎 사퇴론에도 장고
비위 논란마다 '일단 버티기'...논란 장기화 자초 지적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꼬리를 무는 의혹 속에서도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보좌진 청탁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각종 의혹에도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민주당은 강선우 의원의 보좌진 갑질 논란,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 등 당내 비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방어 기조를 고수하며 논란을 장기화시켜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김 원내대표 역시 이 같은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른바 쿠팡 오찬 논란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고가의 호텔 숙박권을 수수했다는 의혹, 베트남 출국 과정에서 특혜성 의전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휩싸였다.

논란은 가족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지역구 병원에서 가족들이 진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비롯해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 보좌진을 업무 동원 논란,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과 빗썸 취업 청탁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여기에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김 원내대표와 가족을 둘러싼 갑질·비위 의혹은 경찰 수사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김 원내대표의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당 안팎에서는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더인터뷰'에서 "해명으로 끝낼 사안인지, 아니면 용단을 내려야 할 사안인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사퇴론과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쪽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거취 관련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남윤호 기자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김 원내대표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을 먼저 생각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실관계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기엔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면서도 "당대표도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스스로 결단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압박 속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30일 공식 입장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참석 후 기자들의 거취 관련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사퇴보다는 사과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버티기를 선택할 경우 당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과거 강선우·장경태 의원이 사퇴 대신 방어에만 집중했던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들 모두 책임 있는 결단 대신 방어에만 치중하며, 사안이 가라앉길 기대하는 듯 논란의 화살을 메신저로 돌리는 대응을 보였다"며 "김 원내대표 역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전략을 유지하다가 의혹이 꼬리를 물며 되레 궁지에 몰린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뚜렷한 갑을 관계를 고려할 때, 김 원내대표가 버티기를 이어갈수록 '을'을 대변해온 민주당 정체성과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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