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람<상>] 국회 미용실에서 느껴본 '극락'


국회 내 숨겨진 공간…미용실·구둣방·의무실 체험 후기
5000명 넘는 국회 소속 직원들에겐 필수 편의 공간

국회 본관 1층에는 용모를 다듬을 때 필요한 국회 이용원과 미용실이 나란히 위치 있다. 사진은 국회 미용실 모습. /이하린 기자

국회는 입법의 공간인 동시에 5000여 명이 매일 출근해 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나의 소도시인 셈이다. 의원과 보좌진, 국회 출입기자는 업무 중 몸이 아프거나 용모 단장이 필요할 때 어디를 찾을까. <더팩트>는 국회 안에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그 일상을 기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회를 알려면 국회의원 단골집부터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1층과 6층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간이 있다. 전자는 미용실, 후자는 구둣방이다.

◆입법의 심장부인 국회 본관에 화려한 '싸인볼'

국회 본관은 본회의장뿐 아니라, 주요 정당의 원내대표실 등이 있는 입법 핵심 공간이다. 이용원과 미용실은 국회 본관 1층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 국회 이·미용원은 2002년(이용원), 2003년(미용실)에 각각 문을 열어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미용실 입구에는 'FLOWERS'가 적힌 분홍색 꽃무늬 가림막과 화려한 싸인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 미용실은 의원뿐 아니라 직원, 기자들도 자주 찾는 후생시설 중 하나다.

국회 미용실은 오전부터 손님들로 활기찼다. 사진은 기자(오른쪽)가 국회 미용실을 직접 이용하는 모습. /이하린 기자

기자가 예약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이른 시간이어서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용실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차 있었다. 워크인(Walk in·예약하지 않고 당일에 입장하는 손님)으로 방문해 대기 중인 손님도 2~3명이 있었고, 매장 내부에는 이미 커트나 드라이를 받고 있는 손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회 미용실은 국회 본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출입증을 발급받은 국회 내부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면에는 '모발 복구 케어' '두피 케어' 등에 대한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회 정문만 나가도 이 가격의 두 배"라고 벽에 붙어있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커트 이후에 진행된 두피케어는 이 미용실의 '키'다. 멘톨 성분의 스케일링 제품과 마사지기로 5~10분간 두피를 자극한다. 기자의 머릿속에는 '극락'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시원함에 눈이 절로 감기는 수준이었다.

국회 미용실 벽면에는 모발 복구케어와 두피케어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안내문에는 컷, 펌, 염색 후 시원한 두피케어를 받아보세요! 내 두피에 1만원만 추가하세요 국회 정문만 나가셔도 이 가격의 두 배입니다.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하린 기자

두피케어를 경험한 적 있는 한 국회 출입기자 A 씨는 "커트도 마음에 들고 두피케어를 하면 만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며 "요즘 밖에선 거의 4만 원 돈이 드는데, 여기선 두피 케어까지 해도 절반정도"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국회의원들은 주로 오전 시간대에 이 공간을 방문한다고 한다. 당 회의가 있거나 본회의가 있는 날에는 예약이 찬다. 이들의 경우 일반 손님과 이동 동선도 다르다. 일반 이용객을 마주치지 않는 별도 통로가 있다. "국회에선 개인 취향보다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다"고 담당 디자이너는 말했다. 드라이를 할 때에도 밖에서는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말리지만 여기서는 머리 중심부를 '빵'하고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이용원을 정기적으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직 보좌관 B 씨는 "표준화된 머리를 잘 깎아준다. 앉자마자 머리형에 맞게 알아서 (해준다)"며 "저렴하고 가까워서 자주 갔다"고 말했다.

30년 넘은 국회 구둣방은 TV 소리와 구두 땜질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진은 국회 구둣방에 기자가 요청한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위에서 세 번째 줄). /이하린 기자

◆올해로 35년 된 구둣방…새벽부터 땜질하는 소리로 가득한 '그곳'

국회 본관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가다 보면 구석진 곳에 '구두 수선실'이라는 팻말이 적힌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구두약 냄새와 함께 작업대에 올려진 구두들이 눈에 띈다.

벽면에는 국회 조직도가 붙어 있는데, 최신 자료가 아닌 2022년 2월 기준 자료였다. 오래된 종이를 보면서 새삼 이곳을 지나간 시간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체험을 위해 방문했을 당시, TV에서 현 금리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앵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 맞은 편에 일흔을 앞둔 구둣방 주인이 말없이 검은색 구두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 구둣방은 본관에서만 3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국회에 도착해 구두를 닦고 수선한 뒤 각 사무실로 다시 배송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한때는 하루에 100켤레 넘는 구두를 손질했지만, 현재는 하루 평균 30켤레 안팎. 한 국회 공무원 C 씨는 "신발 밑창 갈 때 자주 이용했다"며 "일하다 중간에 편리하게 갈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한다. 재료비를 제외하면 남는 몫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 구둣방은 단골로 유지되고 있다. 의원과 보좌진, 본관에 상주하는 국회 공무원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구두를 맡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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