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계파 갈등…국힘 비대위 전환 가능성은


'고강도 당무 감사'로 촉발된 당내 갈등
비대위 전환 가능성 여전히 낮아

친한계를 겨냥한 고강도 당무 감사 결과로 인해 계파 갈등이 촉발됐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친한계'(친한동훈계)를 겨냥한 고강도 당무 감사 결과로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장동혁 대표가 시간을 벌며 내년 지방선거 주도권을 굳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중징계 권고로 친한계와 당권파 간의 대치가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할 때"라면서 "그냥 저를 찍어 누르고 싶으면 저를 그냥 하시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당을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해야 할 상황에 내부 싸움으로 번지게 만드는 게 내부 총질"이라면서 "장 대표가 냉정을 되찾기를 바라고 끝까지 간다면 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서 한 전 대표와 만나 그를 '당의 보배'라고 하면서 당 지도부의 친한계 징계 시도를 비판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깊어지는 내홍에 당내 의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책임 주최로 열린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 전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 전 대표에 힘을 실으면서 '보수 내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가 친한계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을 두고 '내년 초까지 시간을 벌면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당 대표로서 자연스럽게 당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지지율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과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판세를 쉽게 뒤집긴 어렵다"며 "지금은 결국 당내에서 누가 기득권을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당 운영 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미 지도부의 강경 기조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재선 공부모임인 '대안과 책임' 토론회에서도 그간 보이지 않던 의원들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장 대표가 당내 입지가 없다고 느끼니 스스로 불안해서 친한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내년 지방선거를 이겨야 장 대표의 정치적 생명력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 대표가)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안과 책임'에 속한 재선 의원은 "많은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로 전환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간다고 한들, 잘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선거에 책임지는 이가 없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당원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권력은 정통성이 있는 리더십으로 봐야 한다"며 장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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