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명실상부 '명청(이재명 대 정청래) 대리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 출마자 간 설전까지 벌어지면서 보궐선거가 과열되고 있다. 친명계가 당정 소통과 관련해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의구심을 연일 제기하면서, 보궐선거 이후에도 계파 간 충돌 같은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인사들이 속속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친명계와 친청계의 대결 구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강득구·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 대표 1기 체제에서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냈고,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고, 유 위원장은 친명계 원내·외 인사 최대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맞서 친청계 인사들도 속속 출마에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출마를 공식화한 이성윤 의원은 앞선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정청래 대표를 공개 지지하고 현장 유세 일정도 동행한 대표적 친청계다. 당 조직사무부총장인 문정복 의원도 최근 결심을 굳히고 16일 출마선언에 나선다. 이 외에도 임오경 당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도부는 "민주당에는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다"는 입장이나, 최근 보궐선거 출마자들의 발언 등을 비춰보면 계파 대결 구도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우선 친명계 출마자들은 입을 모아 정청래 지도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유 위원장은 정 대표가 중점 추진한 '전당원 1인 1표제' 부결을 언급하면서 "절차 부실, 준비 실패, 소통 부재의 결과"라며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고 의미 없는 편 가르기에 허비할 시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앞으로 가는데 당이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속도를 못 맞춰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강 의원은 "(당이)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상적으로 (당정 간 엇박자가)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문 의원과 유 위원장 간 설전은 계파 간 '대립 전선'을 더욱 선명히 했다는 평가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위원장을 겨냥해 "공직, 당직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한테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닐 거냐"며 "내가 (선거에) 나가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고 했다. 이에 유 위원장은 "같은 당 동지를 향한 정치적 예의를 저버린 발언이자,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당의 품격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보궐선거가 치러진 이후에도 계파 간 신경전이 지도부 내에서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민주당 인사는 <더팩트>에 "정청래 지도부를 비판하는 인사들이 정청래 지도부의 일원이 된다면 내부 진통은 필연적"이라며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친명계가) 힘을 받을 경우, 후폭풍이 꽤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당 안팎에선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낼 경우, 정 대표를 향한 압박은 최고위에서부터 분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보궐선거가 친명계 후보들의 대거 당선으로 끝난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체 9명 최고위원 가운데 과반(5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1인 1표제 도입 문제로 최고위에서 공개적으로 정 대표를 겨냥한 이언주 최고위원과 선출 가능성이 있는 3명의 친명계 최고위원에 한 명만 가세하면 이론 상으로 정청래 지도부 와해도 가능하다.
지도부는 출마자들 간 다른 입장을 가지는 것이 선거의 당연한 속성이라며, 보궐선거 이후까지 갈등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구성원이 의견이 같은) 100% 정당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 대표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당연히 있는 것이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본다.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앞서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15일부터 사흘간 후보 등록을 진행한다. 이번 선거는 중앙위원 50%와 권리당원 50%의 투표를 합산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선출된 최고위원은 내년 8월 전당대회까지 정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