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정대 간 바늘구멍만 한 빈틈도 없다"며 대통령실과의 원팀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싼 속도전에 대통령실은 물론 당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당정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오히려 엇박자 논란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에 정 대표가 내부 혼선 관리와 당정 조율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당정대 간 바늘구멍만 한 빈틈도 없다"며 "당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틀 연속 의원들에게 "당 전체가 일치단결된 언행을 보여달라"고 주문하며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사법개혁안 처리를 앞둔 비상한 시기"라며 "최종안이 확정된 것처럼 전제하고 반대와 우려를 표하는 건 자칫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명계를 중심으로 '당정 불협화음' 진단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낸 이건태 의원은 "정부는 앞으로 가는데 당이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속도를 못 맞춰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9일 정 대표와의 만찬에서 사법개혁 입법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같은 날 유튜브 '매불쇼'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2심부터 하자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하는 등 대통령실도 속도 조절성 메시지를 내놨다. 정 대표의 신속 설치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른 메시지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도 전날 국회를 찾아 정 대표 면전에서 "정치는 헌법이 마련한 궤도를 따라야 한다"며 사법개혁안 중 하나인 판·검사 법왜곡죄 재고를 요청하는 등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 위원장 말씀도 공론화 과정 중 제기된 n분의 1 의견으로 보고 충실하게 경청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연내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법왜곡죄 등 다른 사법개혁 법안도 내년 초까지 완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의 속도전 방침에 당내에서도 연일 신중론이 제기됐다. 김영진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서 "윤석열 내란우두머리를 심판하는 데에 단 1%라도 오류가 있으면 안 된다"며 "막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속도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내란재판부를 이렇게까지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연내 처리에 매달릴 필요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추후 의총에서 의견을 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는 내부 기류가 통일되지 않을 경우 자칫 정 대표 리더십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반면 정치에는 조율 과정이 있음에도 모든 상황이 불협화음으로만 비춰지는 건 아쉽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 대표의 속도전은 내란 수괴의 구속 만료가 임박한 만큼 개혁 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취지"라며 "당정이든 당내에서든 모든 의견이 항상 완전히 일치하긴 어렵다. 이는 엇박자라기보다 당연한 조율 과정인데 정치적 프레임으로만 비춰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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