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꺼진 나경원·우원식 "진행 방해" 충돌…2시간 만에 정회


62건 민생법안 상정…쟁점 법안 제외
羅 "8대악법 통과 막으려 필버 돌입"
우 의장 "정상 토론 안 돼" 정회 선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법안과 무관한 토론이라며 대치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지하면서 본회의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결국 본회의는 두 시간 만에 정회됐다.

국회는 9일 오후 국회에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회는 총 62건의 민생법안 안건 등을 상정했다. 다만 1~3번째 안건인 보증동의안 3건만 합의 처리됐다.

4번째 안건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하자 국민은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항의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첫 주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8대 악법 대국민 포기선언하라', '사법파괴 5대 악법 국민입틀막 3대 악법'이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단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우 의장은 나 의원을 향해 "인사 안 합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는 국민에게 하는 것"이라며 "나 의원의 인격을 국민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우 의장을 바라보지 않은 채 의원석을 향해서만 인사했다. 곧장 발언을 시작한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맹사업법에 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말씀드린다"며 "민주당이 이렇게 무도하게 국회를 깔고 앉아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을 향해 박수쳤다.

그는 "사법 파괴 5대 악법, 입틀막 3대 악법을 철회해달라"며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 조사를 실시해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에게 인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을 두고는 "왜 관행에 안 맞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하는데,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 차려!"라고 외쳤다.

나 의원은 계속해서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갖는다는 관행을 깡그리 무시하고 입법 독재를 시작했다"며 민주당의 입법 추진 과정을 지적했다. 또 "국회를 깔고 앉아서 입법 독재를 하는, 한마디로 헌법을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삼권 분립을 파괴하는 입법 내란 세력"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무제한 토론 중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그러자 우 의장은 나 의원에게 발언을 중지하라고 했다. 우 의장은 "의제 외 발언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법안의 내용이 아닌 패스트트랙 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분 내로 원래 의제인 가맹사업법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마이크를 끌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도 나 의원의 발언이 계속되자 우 의장은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다. 나 의원이 발언을 시작한 지 10분가량 지났을 시점이었다. 두 사람은 마이크가 꺼진 채로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이크! 마이크!"라며 나 의원의 마이크를 켜달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나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로 우 의장을 향해 뒤돌아 "가맹사업법과도 관련된 이야기"라며 마이크를 켜달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마이크가 켜지지 않자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앞으로 나와 나 의원에게 개별적으로 준비한 무선 마이크를 부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방송국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우 의장은 "무선 마이크를 가지고 온 것이냐"며 유튜브 중계를 한 것인지 물었다. 또 "누가 마이크를 갖다줬느냐"며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우 의장은 나 의원에게 "무선 마이크를 가지고 온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나 의원은 "의장께서 이렇게 진행하시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만 반복해서 말했다.

결국 우 의장은 오후 6시 19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그는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며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 등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8대 악법'은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대법관 증원·4심제 도입·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법안 등과 정당 현수막 규제·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필리버스터 제한 법안 등을 말한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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