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격화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에 대해 추가 숙의를 거치기로 했다. 당은 예정대로 연내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무산에 이어 정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에 연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약 2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찬반 의견을 청취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안에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내란·외환 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를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별도의 내란 전담 영장판사를 두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꾸려진 후보추천위원회가 2배수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도 전담재판부로 넘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위헌 심판을 담당하는 헌재와 행정부인 법무부 장관이 사법부 구성에 관여해 삼권분립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재판 무작위 배당 원칙 침해, 재판 지연 우려 등도 제기된다. 당은 위헌 소지를 낮추기 위해 헌재소장 대신 사무처장을 넣는 방식으로 조정했지만, 본질적으로 같아 위헌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전문가 자문과 외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로펌 등 전문가 의뢰가 진행 중이고 각종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며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간담회 내용,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의견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더팩트>에 "저쪽(야권)에 굳이 빌미나 핑계를 줄 필요가 없다는 차원에서 위헌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강경파들에게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원안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통화에서 "현행 안으로도 문제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법안 처리를 늦추는 것은 사법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재판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연내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로펌 자문까지 포함해 종합하면 빠르면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정책 의총을 다시 열어 보완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연내 처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간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며 법안 신속 처리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적 신뢰를 잃은 사법부를 정상화하기 위해 많은 의원들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사법개혁안을 준비했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단죄하고 내란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법"이라며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1인1표제 논란에 이어 강경파 법사위에 힘을 실어 온 정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에 연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여권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우려가 확대되며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과 범여권, 당내에서 모두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를 해소한다 해도 추진 동력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전에만 매달리는 방식의 정치가 한계에 직면한 셈이고, 리더십 회복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달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친명계가 대거 입성하면 정 대표의 힘은 급속도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