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배우 조진웅 씨가 과거 소년범 전과가 드러나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뒤로도 여야가 '소년기 범죄'를 두고 한창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극명한 시각 차를 드러내는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배경이 주목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여권은 과도한 낙인을 우려하며 조 씨를 두둔했지만, 범야권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고위공직자 소년범죄 공개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연예계 이슈가 이처럼 여야가 대립하는 정치 공방으로 비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 씨는 고교 시절이던 1994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강도·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고, 이후 연극 활동 당시 폭행과 음주 운전 전과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의혹 제기 하루 만인 지난 6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의 은퇴 선언에 정치권이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진보 진영의 인사로 분류되는 조 씨가 가진 상징성과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정치적 프레임에 주목하고 있다. 조 씨는 자신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 대통령과 함께 관람하고, 친여 성향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했다. 국민특사 활동 시절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참여하고,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도 대표로 낭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범여권은 조 씨를 두둔하고 있는 한편, 범야권은 그의 과거 문제를 고리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씨가 진보 진영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 배우"라면서 "진보가 표면적으로는 고결한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감춰진 이면에는 더럽고 추악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보수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진보는 '억울한 은퇴'라는 동정 여론을 만들고, 보수는 '진보의 이중성'을 부각해 현 정권의 부도덕한 이미지를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보수는 음주 운전, 검사 사칭 등 범죄 전과를 가진 이 대통령과 대비시켜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더 강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년범의 과거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조 씨의 복귀를 기대하는 논평을 내놓으며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고 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같은 날 SNS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변함없는 팬인 저는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적었다. tvN 드라마 '시그널' 후속작인 '두 번째 시그널'이 촬영을 이미 마친 상황에서 주연급인 조 씨의 돌연 은퇴로 편집이나 재촬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범야권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조 씨를 두둔하는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의 비판 발언에 이어 관련 입법 발의까지 나아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씨의 논란을 두고 그를 옹호하는 진보 진영의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사회 정치적으로 여러 발언을 하고 의로운 척, 정의로운 척 행동을 한 데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나온 것"이라면서 "좌파 진영에서 조 씨를 옹호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나 의원은 7일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소년기 흉악 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들어올 사람'뿐 아니라 '재직 중인 사람'도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이것이 감쌀 일인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나"라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7일 SNS에 "조진웅 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 하게 됐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배우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냐. 진영논리를 끌어와 조진웅 씨를 '상대 진영의 음모'에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