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이 대대적인 '반격 모드'에 돌입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몰이'를 되돌려주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과 끝내 절연하지 못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 부재 속 정국 반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계엄 1년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대여 투쟁에 나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내란몰이'로 규정하고 이재명 정권을 '나치 정권'에 빗대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계엄과 관련해 페이스북 메시지 한 건만 올린 이후 첫 공개일정에 모습을 드러낸 장 대표는 별도 추가 발언은 더 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치 정권의 히틀러 총통을 꿈꾸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나치 전범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라며 "이 정권이 내란몰이에 올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할 줄 아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 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국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을 논의하는 긴급세미나를 개최했다. 여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법안 처리를 끝까지 막아보겠지만 만약 법안이 본회의 문턱마저 넘을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방침이다.
당 차원의 총공세도 이어진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 등은 5일 원내대책회의를 생략하고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오는 8일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재악법에 대해 '국민고발회' 형식의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추 전 원내대표의 영장 기각을 전망하며 "기각이 된다면 정국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논평에서 "추경호 의원 영장이 기각되면 조희대 사법부로 화살이 향할 것"이라며 "영장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판사에게 정치적 보복을 선언한 명백한 헌정 파괴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여론의 반전 움직임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기류를 감지하고 다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개인적인 인신 구속이 안 됐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변화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도 "민주당이 통과시키는 내란전담재판부나 법왜곡죄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면서도 "아직 장외투쟁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대여 투쟁 방식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계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여론전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 대표 스스로 '내란 정당' 프레임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추 전 원내대표의 영장이 기각되면 판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바람일 뿐"이라면서 "소위 아스팔트 우파 세력을 제외하고 일반 국민은 현재 국민의힘의 행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계엄 1주년은 중차대한 사건임에도 공당(公堂)에서 당론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장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은 그동안 많은 기회를 줬지만, 국민의힘 당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에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당이 혼란해진 모습만 보여줬다"며 "국민의힘이 여론의 반향을 만들기에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다만 장 대표가 연말을 기점으로 중도층 확장을 위한 방향 틀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는 지금 외연 확장을 위한 몸풀기 차원에서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다"라며 "당내 커지는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목소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정치 이론적으로 강경파가 유화책을 쓰면 정치적 효용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