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요구하면서 공조?"…국힘과의 관계 조절 속 혁신당의 딜레마


국힘 해산 외치면서도 협력 여지 띄운 이유
정치개혁 앞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가 만든 역설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해산을 외치던 조국혁신당이 돌연 손을 내밀었다.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치개혁에 대한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이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해산을 외치던 조국혁신당이 돌연 손을 내밀었다.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치개혁에 대한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상충돼 보이지만, 정치개혁 국면에서 혁신당이 처한 전략적 딜레마가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혁신당은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즉각 청구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서 원내대표는 "국회의 한가운데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내란의 불씨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갱생이 불가한 국민의힘은 해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는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정부의 대표"라며 "국민의힘의 반헌법적 행태를 더 이상 묵인하고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은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7월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특검 수사 개시를 근거로 들어, 상황이 진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은 지방선거 전략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28년 총선에서 차례차례 국민의힘을 격퇴하여 내란 정치세력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4일 혁신당은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즉각 청구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는 혁신당 소속 의원들. /뉴시스

그러나 같은 주, 혁신당은 국민의힘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놨다. 조 대표는 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비전과 정책이 다르지만 향후 민생개혁이나 정치개혁에 얼마든지 합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과 비전, 정책이 많이 다르지만 민생개혁과 정치개혁에 있어 같이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도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내란세력과의 단호한 결별을 표명하기만 한다면 추구하는 기조가 다를 뿐 함께하는 정치세력으로 함께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의 메시지는 표면적으로는 엇갈려 보이지만,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소수정당의 전략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은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등에 합의한 공동선언문을 작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공동선언문 이행은 사실상 멈춰 서 있다.

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서 혁신당은 정치개혁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제3의 협력 파트너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12·3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가 걸려 있어 국민의힘과의 전면적 협력도 어렵다. 혁신당은 강한 거리두기와 조건부 공조라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당의 메시지는 민주당을 향한 압박의 성격이 크다"며 "왜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과 함께 국민의힘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일종의 전략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혁신당의 존재감, 개혁 의지, 민주당 견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다층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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