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문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해도, 안 해도 잃을 게 많은 상황에서 그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1년이자 장 대표 취임 100일이기도 한 12월 3일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 고심 중이다.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여러 의견들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코멘트 없이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만 있다"라며 "원내에서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어서 그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지난주 중진 의원과 회동한 데 이어 송 원내대표는 이날 4선 이상 중진 의원 그리고 3선 의원들과 만나 비상계엄 1년에 따른 당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3선 의원들 대부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문제지 안 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가 잘못한 점을 비굴하지 않게 사과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는 정확하게 지적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현재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해야 한다'는 의원들 의견이 무색하게 오히려 '사과하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 정권이 자유와 법치를 무너뜨리고, 관세 협상으로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음에도 무엇 하나 막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 이 정도 사과면 되겠는가"라며 "이외 사과할 게 있는가. 사과해서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도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 명확한 사과 또는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장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의 원죄를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도 분명 있다"라며 "메시지의 흐름이란 게 있는데 장 대표도 갑자기 방향을 틀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과 당원들이 (사과하길) 원한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미 장 대표가 사과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는 해석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 대표가 된 그가 당심을 거스르고 입장을 급선회하자니 그들의 반발과 그로 인한 분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시급한 만큼 민심을 외면할 수도 없어 딜레마다.
결국 변수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 여부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 전 원내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의 '내란' 공세가 더 거세질 텐데 그 상황에서 계엄에 대해 사과하면 오히려 당 스스로 내란 정당 프레임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이미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 절연 목소리가 쏟아지는 와중에 이를 외면하기엔 장 대표가 느낄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