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강경 노선' 장동혁에…커지는 지선 불안감


장동혁·지선 기획단 '당심 70%' 룰 고집
수도권 현역 의원 반발…민심 100% 의견까지
접전지 중심으로 갈등 격화 가능성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당의 방향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당의 방향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동혁 당대표는 사실상 강경 노선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택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지도부의 강성 드라이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과 '외연 확장으로 방향을 틀 마지노선'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대신 강경론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지선을 '체제전쟁'으로 규정해 온 그는 이날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있는데 제1야당 보수정당으로서 입을 닫는다면 존재 의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당심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제시한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에 대해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 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당심이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중도층 민심과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공개적으로 경선 룰에 힘을 보탠 것이다.

당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은 앞서 이번 지선 경선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획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획단의 7대3(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 비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와 기획단의 의지와 다르게 야권 내에선 이미 우려 섞인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초자치단체장이 참여한 기획단 연석회의에서부터 민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진봉 부산중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처럼 '개딸당'이 될 게 아니라 민심의 경선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승리할 수 없다"며 "국민의 정서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지선에 임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필승 전략"이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지도부의 강성 드라이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지는데,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이 곧 천심이다.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당원 투표 비율 상향 재고를 강조했다.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의원도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를 내는 게 지금의 시대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중도층의 이탈 굳어진다면 대여 투쟁 수위를 아무리 높여도 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사이에서 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 전 대통령 절연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고리로 여권의 공세가 분명 높아질 텐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정당 선호도를 후보에게 투영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당 지지율과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의 경우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도전이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계엄에 대한 사과와 중도층 확장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유다.

직접 선거를 뛰게 될 선수들을 중심으로 더 큰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민심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가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당내 반발은 더 커질 거고, 특히 서울과 부산과 같이 민주당의 추격이 예상되는 접전지 중심으로 큰 반발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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