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청주=이태훈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혁신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창당 시기 당대표로 추대됐던 조 대표는 연임과 이번 선출을 포함해 '3회 연속' 당 수장으로 선택됐다. 조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3%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와 동시에 성비위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당을 재건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98.6%의 찬성표를 받아 혁신당 3기 지도부를 이끌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전대 당대표 선거에 조 대표가 단독 출마하면서, 경선이 아닌 찬반투표로 선출이 이뤄졌다. 두 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선 신장식·정춘생 의원이 당선됐다.
이로써 혁신당은 세 번 연속 당의 상징적 존재인 조 대표에게 당 지휘봉을 맡기게 됐다. 앞서 혁신당은 4·10 총선을 앞두고 창당하면서 조 대표를 만장일치로 당대표에 추대했다. 22대 국회 개원 2달여가 지나고 치러진 제1차 전당대회에서 조 대표는 '99.9%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형을 살면서 대표직을 내려놨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사면·복권되면서 정치 무대에 복귀했고, 출소 101일 만에 당대표에 복귀하게 됐다.
조 대표를 기다리는 정치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당내 성비위 사건'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앞서 혁신당은 지난 9월 당내 성비위 사건 방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사태의 여파로 김선민 당시 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조 대표 또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이후에도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 측의 '조치 요구'에 침묵했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방관자 오명을 쓰기도 했다. 혁신당 비대위 부위원장을 맡은 엄규숙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다시 한 번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상처를 겪으신 피해자 분들과 당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계속된 당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의 존속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혁신당은 4·10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4.25%를 획득하며 12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는 3%대의 저조한 지지율에 허덕이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무선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혁신당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때문에 내년 지선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조 대표 자신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키워나가기 위해선 내년 지선이나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조 대표는 서울·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선거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구였던 인천 계양을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조 대표는 "지선 전략과 후보를 다 짠 뒤 가장 마지막에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다.
혁신당이 국회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열쇠인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도 관철해야 한다. 현행 교섭단체 기준은 20석으로, 혁신당은 최소 15석 안팎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현재 당이 창당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도 '자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솔직히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나쁘다.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지선은 다가오고 있다"면서도 "어려워도, 험난해도 당당하게 정치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