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자기 정치 아냐?"…민주, 李 순방 중 또 파열음


김용범 정책실장, 공개 석상서 가족 언급에 '격분'
헌법존중 총괄TF 출범…내란 관여 공직자 찾는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표출됐다. 이번 고발은 당 지도부와 교감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민주당 정청래(왼쪽)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실용 외교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 순방국을 차례로 돌며 국익을 위한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민주당 강경파 법사위원들이 고발한 것을 두고 갈등이 표출됐다. 원내 지도부와 여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9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두고서 부딪힌 지 두 달 만이다. 당내 엇박자를 두고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딸의 전세 관련 질의에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눈살을 찌푸리는 정쟁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분쟁에서 승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이 19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들에 대해 고발에 나서자, 당 원내지도부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당내 엇박자가 또 노출됐다. 사진은 김병기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뒷감당 알아서" 법사위 기습 고발에 김병기 '격앙'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들을 전격 고발하자, 김병기 원내대표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지난 19일 민주당 포함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어.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는 공무 외 집단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성명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집단 범죄행위라고 주장했지.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이 사전 공지 없이 돌연 열렸고, 당 지도부도 고발 방침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어. 김 원내대표는 이날 퇴근길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발 사실을) 지금 봤다"며 지도부와의 최소한의 교감 없이 처리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어. 그러면서 "내용의 옳고 그름과 별개의 문제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지도부와 협의해 정교하게 진행했어야 했다"며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하라"고 강하게 말했어.

민주당 법사위의 검찰 고발은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균택·김용민·이성윤·서영교 의원 ./남윤호 기자

-법사위가 지난 9월에도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지도부에 보고 없이 의결해 논란을 빚었잖아. 당시에도 이번처럼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 중이었지. 그래서일까. 원내에서는 "결국 법사위의 '자기 정치' 아니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오더라.

-결국 정청래 대표가 진화에 나섰어. 그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감한 현안 대응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 그러나 김용민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서 김 원내대표를 겨냥해 "뒷감당 잘할 수 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맞받아치면서 내홍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그렇다 보니 대통령 순방 기간 외교 성과가 가려지지 않도록 강경 대응을 자제해온 여당의 기조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와.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는 모습. /뉴시스

◆"어떻게 가족을 엮나" 제대로 발끈한 김용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사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언행이 화제가 됐더라.

-맞아. 김 실장은 18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는데,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어.

-김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질의하면서 김 실장 딸이 전세로 살고 있는 점을 들춰내 추후 집을 살 수 있는 주거사다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어. 이어 정부 예산안에 임대주택, 청년월세 예산은 있지만 청년들이 전세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대출은 "거의 다 잘랐다"고 지적했어. 모든 부모가 자식들이 전세로 살면서 주거사다리에 올라타길 바란다는 마음이 있는데 관련 예산은 삭감했다는 취지였지.

-김 실장은 "제 가족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라",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없다"며 날카롭게 반응했어. 이후에도 질의와 답변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김 실장은 "어떻게 가족을 막 엮어서 그렇게 말씀하시나", "위원님이 엮었지 않나" "공직자 아버지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사는 딸에게 무슨 갭투자,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신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에 김병기 위원장이 제지했지만 김 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카롭게 대응했고, 결국 김 위원장이 "정책실장! 정책실장! 정책실장!"이라고 세 번이나 크게 부른 뒤에야 말을 멈췄어. 이어 김 위원장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여기가 정책실장 화내는 곳입니까"라고 지적했고, 김 실장은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어.

-김 실장은 앞서 박수민 의원과 질의에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 박 의원이 대미 투자에 대해 "국회에서 원점 검토해서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고 하자 김 실장은 위원장에게 답변 시간을 청하더니 "디시 협상은 아니다. MOU는 MOU로 정부 간에 한 거고, 그 이행을 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국회가 한다는 거다. 협상을 정부가 다시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어.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관여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본격 활동을 앞두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21일 총괄 TF 구성을 마쳤고 부처별 TF도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 /임영무 기자

◆헌법존중 총괄 TF 출범…내란 관여 공직자 찾기 본격화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고?

-응. 21일 국무총리실은 12·3 비상계엄 관여 공직자 조처를 총괄하는 TF가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어. 단장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맡고, 총리실 직원 20명과 외부 자문단 4명으로 구성됐다고 해. 윤 단장은 이날 자문단 위촉식에서 그간 제기된 '솎아 내기' 우려를 인식한 듯 "TF 목적은 어디까지나 신속한 헌정 질서 회복과 공직사회의 통합과 안정에 있다"고 밝혔지.

-총리실 차원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을 별도로 언급하더라고. 총리실은 제보센터에 대해 "제보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가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투서 방지 등을 위해 내달 1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어. 제보센터는 총괄 TF뿐 아니라 49개 중앙행정기관도 각각 설치돼 운영되거든.

총괄 TF 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21일 자문단 위촉식에서 각 기관별 TF의 조사 과정과 결과가 국민과 공직사회의 입장에서 충분히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총리실이 책임감을 갖고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부처별 TF 활동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고?

-응. 총리실은 기관별 TF 구성을 이날까지 마무리하되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밝혔어. 주말 사이 총리실과 부처 간 숙의 과정을 거쳐 오는 24일부터 각 TF가 가동될 것으로 보여. 이에 맞춰 총리실이 전반적인 계획과 관련해 따로 발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관별 TF가 본격화하면 부처 내 잡음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사실상 전 부처 공직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니까 규모도 상당한 편이지. 무엇보다 징계 등 인사 조처가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 과정이나 결과에 따른 반발(?)도 있을 것 같아. 총리실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번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