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들에 대해 '기습 고발'에 나서자, 원내지도부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여당 내 엇박자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법사위가 사전 논의 없이 강공 모드를 이어가고, 당 지도부는 이에 선을 긋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포함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는 공무 외 집단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며 "검사장들의 집단 반발은 단순 의견 개진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내부망 글에 불과하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내부망이라도 언론에 다 나오지 않느냐"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변명"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이번 고발이 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퇴근길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고 정청래 대표도 모른다"며 "내용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소통하고 (지도부와) 협의 하에 정교하게 진행했어야 했다.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하라"고 불만을 표했다.
뒤이어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고발건은 원내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관련 논의도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중에는 외교 성과가 묻히지 않도록 강경 대응을 자제해온 지도부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도부는) 민생과 직결된 순방 성과에 대해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공유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법사위와 지도부 간 엇박자 노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지도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의결해 논란을 낳았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중에는 법사위원들이 '조희대 때리기'에 집중하며 초반부터 강공 기조를 이어가자, 당내에서 자성론이 분출된 데 이어 정청래 대표가 직접 소란 자제를 당부하며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정 대표는 대법원 현장 국감을 앞두고 "몸싸움이나 거친 발언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법사위의 강경 노선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의원은 최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를 다시 꺼내 들며 "항소심에서라도 도입하려면 지금이라도 법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당 지도부가 결단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직격했다. 법사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대법관 퇴임 후 일정 기간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법사위원들도 정치인이니 독자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도 "고발은 정치적 함의나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지도부와 논의 후에 진행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순방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시기인 만큼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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