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이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공개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한국 자동차·부품 관세 15%로 인하,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이 그대로 담겼다.
-민주당은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국민의힘은 '백지시트'라며 평가절하했다. 공교롭게도 팩트시트를 직접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은 합의 지연을 지적해 온 야당을 겨냥한 듯, 내부 압박이 힘들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주,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에서 있었던 일들을 짚어본다.
◆李 "'상대 요구 들어줘라' 압박, 참으로 힘들었다"
-많은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 한미 무역·통상 및 안보 협상 합의내용을 담은 조인트팩트시트가 드디어 마무리됐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그간 소회도 밝혔다고.
-맞아. 이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발표에 나섰어. 공식적인 브리핑 공지가 시작 1분 전에야 나왔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된 브리핑이었지. 그는 "지난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공동 설명자료, 조인트팩트시트 작성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하며 주요 합의 내용과 협상 과정에서 느낀 점, 뒷얘기를 전했어.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적극적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 국제질서 재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되는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었다"고 털어놨어. 합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한 거지.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합의 지연을 두고 다양한 지적을 쏟아낸 데 대해 작심하고 비판하는 모습이었어. 그는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 해라', '빨리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빨리 들어줘라'라는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돌아봤어. 그러면서 "국익에 관한 한, 대외적 관계에 관한 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또는 실패하기를 기다려서 공격을 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직격했어. 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야당을 겨냥해 이 정도로 날 선 발언을 한 건 처음인 것 같아.
-이런 답답함과 별개로 이 대통령이 내린 결론은 '국익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던 것 같아. 그는 "국제사회는 법적인 강제 규범이 사실상 없다. 영원한 친구도 우방도 없는 그런 세계에서, 힘이 관철되는 그런 협상을 할 때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우리의 국익과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강조했어.
◆내란 TF에 제보센터까지…'뒤숭숭' 공직사회, 왜?
-요즘 공직사회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때문에 뒤숭숭하다며?
-응. 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공직자를 조사해 인사 조치에 나서겠다고 발표해서야. 국무총리실 내 총괄 TF가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그 아래로 49개 중앙행정기관이 별도 TF를 만들어 각자 또 조사하는 식이지. 제보센터도 총괄 TF 차원에서뿐 아니라 부처별로 운영한다고 하면서 '솎아 내기'라는 논란이 나오고 있어.
-조사 대상이 전 부처 공직자를 상대로 하는 까닭에 공직사회 분위기도 그래서 어수선하다고 해. 무엇보다 이미 내란 관련자들은 재판 중이어서 적법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TF까지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더라고.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말도 나와. 공무원에게 진영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우려도 있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실제로 적지 않다며?
-맞아. 한 부처 관계자는 "도대체 내란 가담 기준이 뭐냐"라고 하소연하더라고. 전체 공직자를 한데 묶어서 공포감을 주는 분위기라는 거야. 지금 정부는 계엄 국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챙길 명분은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공직사회 기강은 잡고 싶으니 이런 조치가 나오는 거 아니겠냐는 냉소도 있어. 특검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느냐만 따지는 거니까 내부적으로 다시 보는 건 필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라고 해.
-특히 '디지털 포렌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어. 애초 총리실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조사 방법에 디지털 포렌식이 적시돼 있었거든. 이에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반박이 제기되자 정부는 급히 수정 자료를 내고 이 단어를 뺐지. 정부는 내년 설 연휴 이전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건데, 혹시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히 살폈으면 좋겠어.
◆특검 정국서 궁지에 몰린 야당…당 외 연대설 '솔솔'
-12·3 계엄 1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특검팀의 수사도 막바지에 다다랐지?
-응. 특검 수사 기간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수사의 칼날을 야당의 중심으로 겨누고 있어. 지난 13일에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되기도 했어.
-내년 지방선거까지 고려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개혁신당과 연대 필요성이 당내에서 제기된다며?
-지난 10일에 이어 13일에도 의원총회에서는 당의 투쟁 방식에 불만이 쇄도하듯 터져 나왔다고 해. 당의 장외투쟁 방식이 너무 원론적이어서 비판 강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부터 개혁신당 등 당 외 세력과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하더라.
-당 외부로 다소 분산된 대여 투쟁의 화력을 모으자는 취지지?
-맞아. 개혁신당은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을 찾아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취소 청구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어. 국민의힘도 정부의 규제가 "위법적·폭력적 행정처분"이라며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행정처분 취소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
-한 전 대표도 다시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잖아?
-응. 한 전 대표가 자신의 21년 검사 재직 경험을 십분 활용해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안을 가장 먼저 문제 제기해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이재명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아.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우리 당은 지금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한 전 대표가 혼자서 전면에 나서 싸우는 것보다 당의 투쟁 화력이 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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