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개혁신당이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독자 노선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긋고, AI(인공지능) 기반 선거 전략과 청년 중심 조직을 앞세워 외연 확장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보수 진영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3일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며, 철저한 독자 노선을 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단일화 트라우마'를 의식한 듯, 6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 3당을) 소멸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며 "(대통령 선거 때) 개혁신당표를 뜯어가려고 했던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개탄스러웠느냐"고 비판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들어 제3정당인 자신들에게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계엄을 일으키고 탄핵으로 정권을 헌납한 전직 대통령 앞에서 쩔쩔매는 퇴보한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겠냐"며 "국민의힘의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개혁신당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혁신당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6%, 개혁신당은 4%를 기록했다. 약 4배에 가까운 격차다. 조직 규모에서도 차이가 크다. 개혁신당은 34개 당협을 운영 중인 반면, 국민의힘은 216개 당협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는 작은 정당에게 총선이나 대선보다 어려운 선거다. 작은 지역 단위로 치러지고, 미디어 영향력보다 조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저비용이지만 맞춤화된 방식으로 누구나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닌, 당의 체질 개선과 지역 확장을 위한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선명한 차별화를 통해 중도·청년층 유권자를 흡수하고, AI 기반 선거 시스템을 활용해 전통 정당들이 갖춘 조직력의 한계를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직이 아직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초의원 선거에서 각 포인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 지역 조직을 이번 기회에 만드는 것도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성과"라며 "그래서 무리하게 정치 공학적으로 연대를 하거나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들의 공간을 늘리려는 게 이번 지방선거의 목적"이라며 "비용 부담을 확 낮추고 AI 등을 도입해 선거 자동화를 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독자 노선이 효과를 내려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개혁신당에서 후보가 나오면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이 대표와의 연대를 주장했던 것"이라며 "이 대표는 진보 진영으로는 갈 수 없고, 결국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을 가져오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