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내 배가 너무 나온 탓일까?"…여야, '배치기' 몸싸움


김현지 논란 적극 대응 나선 대통령실
李 시정연설 반응 제각각…환호 또는 침묵

여야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불출석을 놓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촌극이 빚어졌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수민 기자]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부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통령 시정연설까지. 이번 주 국회는 일주일 내내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으로 떠들썩했다. 여야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다투던 끝에 '배치기' 몸싸움까지 벌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107석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이 언제쯤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단호하게' 김현지 논란에 맞선 강훈식·우상호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6일 처음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았어. '김현지 없는 김현지 국감'이 될 거라는 예상대로 흘러갔던 것 같은데.

-맞아.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출석이 무산된 점과 김 실장과 관련된 의혹을 집중 추궁하면서 총공세를 펼쳤어. 반대로 여당은 김 실장을 적극 두둔했지. 그렇게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여러 차례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어. 그런데 의원들 외에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의 대응도 눈에 띄었어. 전보다 한층 단호하고 강경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답변하는 모습이었거든.

-강 실장은 "(김 실장은) 50명의 비서관 중 1명인데 과하게 공격 받고 (있다)"고 토로했어. 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질의 과정에서는 "왜 답변을 못하게 하나" "제가 피의자입니까. 증인이면 증인으로 대우해달라"며 격앙된 반응과 함께 설전을 벌이기도 했어. 다만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김 실장과 통화를 했다는 의혹에는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실장을 불러 주의를 주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고 말했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우 수석은 김 실장의 출석 무산과 관련해 "총무비서관이 부속실장으로 이동한 것은 국회 불출석 때문이 아닌 김남준 전 실장을 대변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어. 나아가 "시중에 떠도는 것을 다 의혹이라고 해서 한 사람 인격을 어렵게 만드는 건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어.

-그간 대통령실은 김 실장 의혹과 관련해 비교적 제한적인 입장만을 내면서 대응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이었어.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논란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됐지. 그런데 결국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국감이라는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기회가 주어지자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 같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충돌했다. /뉴시스

◆"배 나온 죄밖에 없다" vs "꼼수·궤변"…국감장 덮친 '배치기' 충돌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며?

-응.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이 최대 이슈였던 지난 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감'에서 여야 의원 간 '배치기' 충돌이 있었어. 김 실장의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간 분위기가 살벌했거든.

-어쩌다 몸싸움으로까지 번졌어?

-오전 회의가 잠깐 정회됐을 때의 일인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퇴장하면서 "국감을 무산시키려는 작전 세우는 거야 뭐야"라고 소리치자 뒤따라오던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본인이 작전을 짜는구먼. 왜 소리를 지르냐"고 맞받아쳤어. 그러자 송 원내대표가 곧바로 뒤를 돌아 출입구를 막아섰고 이 의원도 그대로 앞으로 나가면서 서로의 배가 딱 맞닿았어. 서로의 얼굴이 닿을 정도로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지만 주변에서 말리면서 갈등이 더 커지진 않았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을 두고 여야가 배치기 충돌 이후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비서실 등에 국정감사 진행 중인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좌석이 비어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그 이후엔 어떻게 됐어?

-여야 운영위 위원들은 바로 회의장 밖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며 ‘피해자 공방’을 이어갔어. 송 원내대표는 "백주대낮에 야당 원내대표에게 테러와 유사한 폭력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이 의원은 "피해자는 오히려 저인데 오히려 (송 원내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정면 반박했어. 회의가 재개된 이후에도 이 공방을 이어갔지. 급기야 두 사람은 오후엔 각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공방을 계속했어.

-송 원내대표는 "도대체 김현지가 뭐길래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의 출석을 막기 위해 여당이 얼마나 많은 꼼수와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해 왔는지 드러났다"고 주장했어. 이 의원은 "저에게 죄가 있다면 배가 나온 죄밖에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살 빼겠다"고 했지.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얻은 이번 국감인데 마지막까지 고성과 막말, 폭력이 오가는 모습에 출입 기자들은 "실소밖에 안 나온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하품' 이준석 vs '싱글벙글' 진보 4당…李 시정연설 온도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며?

-응. 그래서 그런지 국회 주변엔 평소보다 훨씬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어. 경찰과 경호 인력이 곳곳에 배치됐고, 국회 정문에서는 출입 인원에 대한 출입증 검사가 일일이 이뤄졌지.

-본회의장 분위기는 어땠어?

-국민의힘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니 본회의장이 반절 가까이 비면서 좀 공허하더라.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 의원들만 참석한 건데 그 안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어.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과 진보개혁 4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어. 반면 개혁신당은 자리에 일어나긴 했지만 박수는 생략한 채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후 여당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시스

-연설 중간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하품하는 모습을 보였어. 시정연설 도중 박수가 총 33차례 터져 나왔는데, 개혁신당 의원들의 손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어. 연설이 끝나고 의원 전원이 박수를 보내는 장면에서도, 이 대표는 테이블 아래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이 대통령은 연설이 끝나고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이어 소수정당 의원들에게도 직접 다가가 인사를 건넸어.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지만 개혁신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다음날(5일) 이 대표는 TV조선 유튜브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시정연설에 대한 혹평을 이어갔어. 그는 "수사학적으로 귀담아들을 만한 게 많지 않았다"며 "자화자찬성이 강했고 모순되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비판했어. 민주당의 박수 세례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다가 '별 내용 아니군' 싶었는데 갑자기 박수를 막 쳤다"며 "여기서 박수를 왜 치지 이런게 되게 많았다"고 혹평했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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