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이 6개월째 침묵을 이어가자, 진보개혁 4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압박에 나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비공개 사전환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직접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당시 대표 권한대행이었던 김선민 혁신당 의원이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6·3 대선 당시 '야 5당 원탁회의'에서 합의한 정치개혁 과제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민주당과 진보개혁 4당은 지난 4월 야 5당 원탁회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 △대선 직후 결선투표제 도입 △반헌법행위자 특별조사위원회(반헌특위) 설치 등을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은 대선 국면에서도 연대 행보를 이어가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선언문에 명시된 '대선 직후'라는 시점이 무색하게,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공석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당대회 이후에도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진보개혁 4당 측의 판단이다.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배경으로는 민주당 지도부 교체가 꼽힌다. 공동선언문은 이재명 당대표·박찬대 원내대표 체제에서 작성됐지만, 현재는 정청래 대표·김병기 원내대표 체제로 바뀌며 해당 합의문 작성에 직접 관여한 인사가 없어 입장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한 진보개혁 4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바뀌면서 구체적인 정치 개혁 방안과 입장이 기존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치개혁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관계자는 "(논의) 자리를 만들자는 요청을 하려고 접촉을 시도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민주당이) 약간 회피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민주당이 판을 깨려는 상황은 아니지만 소극적인 건 사실"이라며 "대선 전보다 속도가 좀 느려졌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진보개혁 4당의 움직임은 한층 더 긴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당의 존립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정치개혁 논의를 다시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분위기다.
진보개혁 4당은 이를 위해 자체 협의체를 구성, 정치·사회개혁 과제를 놓고 민주당과의 협상 전략을 논의 중이다. 협의체 내부에서는 중대선거구제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등과 관련한 법률 개정을 포함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12석)을 보유한 혁신당은 조만간 당 차원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당은 당 내 성 비위 사태 수습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23일 전당대회 이후 공식 당 대표가 선출되면 정치개혁 메시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른 야당들의 대표 격으로 정치개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상황"이라며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당 대표가 선출되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오는 17일 비대위 공개 회의에서 정치 개혁 방안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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