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거대 양당의 정쟁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내 소수정당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모색하고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해 지난달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3.1%, 개혁신당 3.0%, 진보당은 1.4%로 나타났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면이 거론됐던 8월 2주차에 5.7%를 기록했으나 이후 2~3%대를 유지하고 있고, 개혁신당도 대선 유세 기간이던 5월 4주차 8.9%를 찍은 뒤 이후 3~4%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진보당은 1%대 지지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민생' 띄우고 '사법개혁' 병행…투트랙 전략
소수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보유한 조국혁신당은 최근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동시에 사법개혁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정쟁 프레임을 피해 실질적인 정책 행보로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은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라이더유니온과 정책 협약식을 열고, 배달노동자의 생명안전 확보와 안전운임 보장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당은 청년 주거 불평등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청년 주거운동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과 만나 청년 주거권 보장과 사회주택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꾸준히 내고 있다. 정당 중 최초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으며, 법원행정처 폐지와 재판소원제 도입을 담은 사법 개혁안도 발표했다.
한편,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혁신당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당은 오는 11월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이후 시도당 개편대회를 통해 지방선거를 위한 지역 조직 재정비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당의 아젠다가 검찰개혁에서 사법개혁으로 확장됐다"며 "당 중심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전당대회를 계기로 컨벤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원내 4당' 진보당…정책 중심으로 양당 대안 노린다
손솔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원내 4당' 지위를 확보한 진보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최소 5곳 이상 당선을 목표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동시에 조직 확대를 위한 당원 확충에도 나서, 현재 10만명 수준인 당원 수를 2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월부터는 당비를 기존 1만 원에서 1000원으로 대폭 인하하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청년 세대와 노동 현장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진보당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도 정책 대토론회와 대담을 꾸준히 개최하며 ‘정책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다. 현재까지 전국 단위 지방선거 후보자의 80%를 선발 완료했으며, 최대 400명까지 후보군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국감 때도 기존 1·2당 중심 말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기조로 접근을 해왔고, 진보당은 1년 전부터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선출하며 일찌감치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며 "진보당은 줄곧 정책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었는데 공공 서비스 강화와 공공화 등의 진보적 정책 대안을 통해 신뢰를 얻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AI로 선거 전략 효율화…조기 공천 본격화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당시 8%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기세를 지방선거까지 이어가기 위해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은 청년위원회를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의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기 공천을 통해 선거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현직 재선 구의원인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이 최고위원으로 합류하면서, 그의 지방선거 실전 경험이 당의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도 AI 선거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선거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정당 간 비교와 평가를 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며 "몇 달간 준비하고 있는 AI를 기반으로 비용을 효율화하고, 젊은 세대와 신인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 두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분위기가 많이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 역시 "AI와 GPS 기반 기술을 활용해 후보자의 유세 동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인 선거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