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과 과잉 퍼포먼스, 욕설까지 오가는 장면이 더 주목받았다. <더팩트>는 정당별로 국감 취지를 벗어난 언행으로 도마에 오른 인물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2025년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파행을 거듭하며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정책 질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유튜브 쇼츠 촬영과 자극적인 발언이 난무하면서 국감장이 의원 개인의 홍보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막말과 조롱이 난무하는 설전의 무대가 됐다. 국감장에서는 "귀먹었냐", "나잇값 해", "개풀 뜯어먹는 소리", "서팔계" 등 비속어와 혐오성 발언이 오갔다. 감사원 국감 도중에는 회의가 세 차례나 파행됐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의 기행은 연일 화제가 됐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얼굴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강아지에 합성한 이미지를 공개해 논란을 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감장을 개인 SNS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모습도 도마에 올랐다. 국감이 파행되거나 고성이 오갈 때마다 일부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상황을 녹화했고, 해당 장면은 의원 개인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다.
의원들조차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조롱 섞인 발언을 주고받는 모습도 연출됐다.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쇼츠 찍는다고 정신이 없다", "쇼츠 잘 나왔다"며 감정섞인 공방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책 검증보다는 사적인 질의가 반복되며 국감의 본래 취지가 퇘색됐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21일 열린 고등검찰청 국감에서 나왔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기소했던 송강 광주고검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가 잘못됐습니다'라고 사과드리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감사원 국감에서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을 향해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자신에 대한 감사를 문제 삼으며 "저에게 사과할 의사가 없냐"고 물어 논란이 일었다.
반복되는 논란에 타 상임위 의원들마저 법사위에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자료를 힘들게 모아 판넬로 제시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예리한 논리로 질의하는 것이라면 쇼츠 제작 자체를 비판하진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도 "(법사위) 쇼츠를 몇 개 봤는데 정말 놀랐다. 평가는 국민들이 하겠지만 정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국감장이 유튜브 쇼츠 촬영장으로 변질된 배경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감정을 대리 표현하며 팬덤을 결집하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합성 사진으로 논란을 빚은 최혁진 의원은 국감 기간 동안 유튜브 구독자 수 3만명을 돌파했고, 후원금(한도 1억 5000만원) 모집도 조기 마감하는 등 단기간에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한 범여권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유권자 중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굉장히 분노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 조 대법원장을 대신 검증해줬으면 하는 감정을 가진 이들도 있다"며 "그 감정을 대신 표현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 자체는 지지층에겐 일종의 해소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국감장에서 저질스럽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