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빨리" vs "설명 먼저"…관세협상 비준, 정기국회 새 뇌관 되나


'국익 우선' 초당적 협력 예상에도…여야 온도차 미묘
국익 관련 사안, 정쟁 무용론 커…李, 野 협조 구할 듯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세부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회도 조만간 비준 절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야가 이를 놓고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9일 오후 경주시 국립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방명록에 서명하는 모습을 이재명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세부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회도 조만간 비준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익 관련 사안인 만큼 초당적 협력이 예상되나, 비준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전'을 천명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정부의 면밀한 설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정기국회 기간 비준 과정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간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가 이뤄지자 후속 조치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원내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앞서 한미는 전날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안하는 내용이 담긴 관세협상에 합의했다. 상호관세 세율은 지난 7월 합의한 15%를 유지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진다. 품목 관세 중 의약품·목제 등은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협상 결과에 따른 대미 투자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으로, 헌법 제60조 및 통상조약법상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이다. 정부의 관세협상이 효력을 얻기 위해선 국회의 최종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회 비준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지는데, 이번 관세협상 비준의 경우 여당이 단독 처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 여야 합의 처리가 바람직하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여야 당대표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손은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민주당은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특별법으로 할지, 국회 비준 형태로 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비준 시점은 최대한 앞당기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경제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관세 문제를 매듭지은 만큼, 여당이 확실한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이날 "협상안이 (국회에서) 즉시 통과되어 (관세 효력이) 하루라도 빨리 가동"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관세협상 비준이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기본적으로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졸속 속도전'에는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낸 논평에서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을 우롱하는 '국회 패싱' 외교를 시도해서는 안 되며, 이번 관세 협상의 구체적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민주당은 최대한 빠른 비준을 바라는 것 같다'는 <더팩트>의 질문에 "지난번에 대통령실이 '너무 잘 된 협상이어서 합의문까지 필요 없다'고 했는데, (관세 합의가 지연되는) 걱정스러운 상황이 지속됐다"며 "우리(국민의힘)는 국민을 대변해 정부의 설명을 요구하는 게 먼저다. 비준은 그 이후"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비준 절차의 정쟁화와 지연을 최대한 피한다는 계획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불러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가뜩이나 여야 충돌이 심한 시기"라며 "정부가 투명하게 설명해 야당의 비준 협조를 빠르게 구하는 그림이 좋다"고 했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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