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정쟁 주간' 불발…한미 정상회담에도 野 "공세 계속" 기조


與 "APEC 동안 무정쟁 주간" 제안에도
野, 최민희·김현지·특검 등 대여 투쟁 총력
30일 특검 사무실 앞 현장 의총도 개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가운데, 여당이 제안한 '무(無)정쟁 주간'은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적 행사가 개최된다는 이유로 야당에 '정쟁 자제'를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갑질 의혹을 총공세 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부당한 수사에 대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면서 이전과 같은 기조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방위 종합감사는 야당의 총공세로 사실상 '최민희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위원 일동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미디어 특별위원회 역시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과 행정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에 민원서류를 접수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시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간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등 격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서울 고등검찰청 조은석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긴급 의원총회도 연다.

송 원내대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무정쟁 주간' 선언에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들을 제시함으로써 우회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28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더 센 상법 원복 △중대재해처벌법 재조정 △사법부 독립 침해 행위 중단 △검찰 해체 중단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독단적 운영 중단 등 10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임박하자 국민의힘에 외교 슈퍼위크인 이번 주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자고 제안했다. /남윤호 기자

앞서 정 대표는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 슈퍼위크인 이번 주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자"며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 해야 할 말도 많고 다뤄야 할 이슈도 많지만, 적어도 이번 주에는 불가피한 정책 발언만 하고 정쟁적 발언을 삼가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쟁 자제 요구가 '정치적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청래 대표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정쟁 멈추자'고 하는 건 조폭이 누군가를 무자비하게 패다가 잠깐 쉬자는 말과 똑같다"면서 "민주당은 양심이 없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도 "민주당이 스스로 원인을 제공해 놓고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면서 "평소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외교 사안은 외통위에서 초당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도 "외교부 장관이 어제 경주에 내려가 봐야 한다고 해서 국감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보내주는 식으로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비판을 한 것인데 이를 정쟁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여야 간 갈등이) 외교 무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무정쟁 주간' 제안이 진정성에 기반했다기보다 정치적 전략에 따른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그동안 '내란 정당' '위헌 정당'이라고 하면서 국민의힘을 상대 당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정쟁하지 말자'는 것은 야당을 가지고 장난치는 수준"이라면서 "정 대표는 무정쟁 주간 선언을 통해 국민의힘을 '정쟁이나 일으키는 당'으로 보이게 하는 프레임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다만 오는 30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시점"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이날 당 차원에서 조은석 특검을 규탄하는 현장 의원총회를 하는 것은 오히려 ‘수사 방해’ 등 정쟁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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