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중단" 외침 무색?…與, 사법부 압박에 여야 긴장감 '팽팽'


與, 국힘 직접 언급 자제하면서 法·檢에 '파상공세'
김현지 증인 채택 여부·이진숙 출석 과방위도 뇌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임박하자 국민의힘에 외교 슈퍼위크인 이번 주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자고 제안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외교 슈퍼위크'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멈출 것을 연일 국민의힘에 제안했지만, 정쟁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을 직접 언급해 공격하는 대신, 야당이 반발하는 사법부·검찰 압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여야 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선 도리어 "외교 슈퍼위크 기간 정쟁에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여야 정쟁 중단'을 제안한 뒤로 국민의힘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해야 할 말도 많고 다뤄야 할 이슈도 많지만, 적어도 이번 주에는 불가피한 정책 발언만 하고 정쟁적 발언을 삼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정쟁 중단'을 제안한 배경에는 임박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이 한국에 와 다자외교에 나서는 만큼, 국내 정치권의 잡음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 대표의 당부 이후 국민의힘을 향한 직접적인 정치적 공세는 자제하는 모습이다. 김병기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당명 언급을 최소화했고, 전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변인의 입과 논평에서도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루가 멀다고 고성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 /배정한 기자

다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압박은 계속하면서 여야 간 정쟁의 불씨는 남게 됐다는 평가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 기간 사법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미 여러번 충돌한 바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재판중지법을 언제 처리할지 여부는 야당과 사법부의 태도에 달렸다"고 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음모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모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날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건 공소 취소를 주장한 것도 '정쟁 조장'이라며 민주당의 정쟁 중단 제안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최대 쟁점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것도 여야 정쟁의 불씨로 남아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 달 5~6일 열리는 운영위 국정감사 일반증인 및 참고인을 확정할 예정인데, 김 실장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증인 채택을 위한 운영위 전체회의 못지않게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출석이 예상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도 정쟁의 뇌관"이라고 우려했다.

xo9568@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