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李에 힘 실은 보수 인사들…현재 입지는 '극과 극'


안동 3선 권오을·MB 정부 법제처장 이석연 李 정부 초기 중용
빅텐트 일조 허은아·김용남 존재감 소실…김상욱 지역구 딜레마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6·3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도운 보수 인사들의 현재 입지가 천차만별이다. 일부는 정권 초기 고위직에 임명되며 '탄탄대로'를 걷는 데 반해, 집권 후 정부·여당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인사는 27일 <더팩트>에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보수 정당 출신 인사 중, 정권 초기 중용되는 인물은 한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내란 종식'을 앞세워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결성하면서 적지 않은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거나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집권 초기 중용돼 존재감을 내보이는 보수 출신 인사는 제한적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집권 초기부터 자리를 잡은 인사로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권 장관은 과거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등에 몸담으면서 이 대통령 고향이자 보수세가 강한 경북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마지막 당적은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보수 정당인 바른미래당이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도 이재명 정부 초기 중용 받는 보수 출신 인사로 꼽힌다. 국민통합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위원장은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역임하는 등 '보수 원로'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민주당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김상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타임스퀘어 앞에서 열린 이 후보 유세에서 악수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다만 이들 정도를 제외하곤 정권 교체 직후 뚜렷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보수 출신 민주당 인사'들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먼저, 과거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 몸담았던 허은아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을 맡은 뒤로 존재감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 후보 저격수로 민주당에 영입됐지만, 현재는 정부·여당 정책 행보에 깊숙이 관여하기보다는 전국의 당원들과 차례로 만나는 개인 정치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허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 적을 뒀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전 의원도 아직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선 때 한 역할에 비해 현재 홀대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허 전 의원은 "아직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대선 중간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 덕에 여타 보수당 출신 인사들보다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김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은 2004년 신설된 이래 단 한 번도 진보계열 정당 국회의원 당선을 허락하지 않은 '보수 초강세' 지역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향후 의원직을 계속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지역구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다면 '전국적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수도권일 텐데, 수도권엔 민주당 현역 의원이 많을뿐더러 출마 희망자도 많아 김 의원이 어려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xo9568@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