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혼부부도 몰랐다'…국회사무처, 피로연 수수료 3억 원 '깜깜이 징수'


국회사무처, 피로연 케이터링 업체에 수수료 징수
신혼부부는 몰랐던 수수료…공문은 업체에만 전달

회사무처가 국회에서 진행되는 결혼식 피로연 행사의 케이터링(음식 제공) 업체로부터 수년간 3억 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수료 부과 내역이 예식 당사자인 신혼부부에게 사전 고지되지 않아, 깜깜이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공기관 운영의 구조적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회사무처가 국회에서 진행되는 결혼식 피로연 행사의 케이터링(음식 제공) 업체로부터 수년간 3억 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수료 부과 내역이 예식 당사자인 신혼부부에게 사전 고지되지 않아, '깜깜이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공기관 운영의 구조적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가격 투명화'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예식장이나 결혼 준비 대행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기본 서비스와 선택 품목의 항목별 세부 내용과 요금 등을 사업자 홈페이지나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 중 한 곳에 반드시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계약서에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23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가 최근 4년간 케이터링 업체로부터 피로연 수수료 명목으로 징수한 금액은 △2022년 6120만 원(95건) △2023년 7886만 원(122건) △2024년 9826만 원(137건) △2025년 9월 7646만 원(91건) 등 총 4년간 약 3억 1480만 원에 달한다.

국회사무처와 같은 공공기관이 피로연 수수료를 별도로 징수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운영 중인 61개 공공 예식장 가운데 47곳은 대관료조차 없다. 나머지 14곳도 단순 사용료만 받을 뿐 별도의 피로연 수수료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케이터링 업체에 별도로 수수료 관련 공문을 보내고 있다. 해당 문서는 업체에만 제공돼, 예식 당사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독자 제공

국회 예식장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국회 공무원, 국회경비대, 상주업체 종사자, 출입기자 등이 이용할 수 있으며, 대관료는 30만 원이다. 국회 예식장 홈페이지에는 사랑재 및 소통관 푸드코트, 의원회관 식당 등이 피로연 장소로 명시돼 있다. 수수료는 총매출액이 400만 원 이하일 경우 25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초과금액의 4%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책정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수수료가 예식 당사자인 신혼부부에게 안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수료는 업체가 부담하는 형식이지만, 결국 단가를 조정하거나 다른 항목에 얹어 소비자에게 사실상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가 입수한 2026년 상반기 사랑재 예식을 앞둔 A 씨의 케이터링 계약서에는 수수료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반면 국회사무처는 케이터링 업체에 별도로 수수료 관련 공문을 보내고 있다. 공문에는 피로연 매출 신고서 및 영수증(공급자용)을 제출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납부 계좌의 예금주는 '국회 후생복지위원회'로 되어 있다. 해당 문서는 업체에만 제공돼, 예식 당사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회 예식장에서 결혼을 앞둔 A 씨는 <더팩트>에 "100만 원 가까운 금액이 수수료로 빠진다는데, 그게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계약서엔 수수료라는 항목도 없고, 안내도 없었다. 투명하게 고지해 사용자들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런 수수료 조항이 불쾌하다"며 지적했다.

국회에서 피로연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한 케이터링 업체 대표는 2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신랑, 신부님들도 알고 계신다. 이건 업체에서 지불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곳보다 좀 더 저렴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사무처는 피로연 수수료를 징수해 예식장 시설 유지·청소, 후생시설 결손 보전, 출산축하금과 장제용 소모품 지원금 등 국회 공무원의 후생복지 증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DB

그러나 취재진이 수수료 관련 제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해당 업체는 입장을 바꿨다. 업체 대표는 "업체들은 공문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신랑 신부에게 '저희가 이렇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라고 굳이 설명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예비부부가) 물어보면 말씀을 드리긴 하는데 다이렉트로 바로바로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는 안내 없이 이처럼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을까. 국회사무처는 피로연 수수료를 징수해 예식장 시설 유지·청소, 후생시설 결손 보전, 출산축하금과 장제용 소모품 지원금 등 국회 공무원의 후생복지 증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경내예식장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사무총장은 국회후생복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예식장 시설유지 및 청소 등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자 등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며 "케이터링 업체들이 많아 업체 간 경쟁을 해야 되다 보니, 수수료가 예식 당사자에게 그대로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케이터링 업체와 국회사무처는 "업체 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예식 당사자에게 금액이 전가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수수료 항목이 빠져 있고, 업체 또한 이를 당사자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관행은 결국 책임 회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천하람 의원은 "'웨딩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치솟는 결혼 비용은 청년들에게 큰 부담이자 중요한 이슈"라며 "국회가 결혼 부담 경감을 위한 모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뒤에서 몰래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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