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피해자? 범죄자?…캄보디아 '문신 초롱이' 구출 논란


여야, 10·15 부동산 대책 두고 공방
김병주·이준석, 캄보디아 관련 설전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재외국민 안전대책단장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해 한국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정치쇼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회 전체 의석의 91%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쟁이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구금 사건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두고 물러섬 없는 비난전을 지속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사면 된다" "15억은 서민 아파트" 등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이 불길을 키웠다. 오는 31일부터 이틀 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라는 굵직한 외교 행사를 앞둔 가운데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이 다소 풀릴지 의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면서 월세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뉴시스

◆"혐중" vs "내로남불"…여야, 부동산 두고 프레임 전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격돌하고 있어. 집 값은 국민 일상과 직결된 핵심 현안이라 여야가 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 같네.

-맞아. 22일 열린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1차 회의 때 백드롭으로도 불리는 '걸개'가 눈길을 끌었어. 파란색 바탕에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아파트 대박 김병기, 주식 대박 민중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어.

-장동혁 대표의 발언도 비슷한 기조였지?

-응. 장 대표는 민주당과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언급하면서 "국민은 내로남불에 분노하고 있다"고 공격했어. 수도권 민심을 겨냥해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혐중 프레임'을 내세웠어. 23일에는 이병진 민주당 의원이 규탄 기자회견도 열었다며?

-맞아. 장 대표가 "중국인은 아무 규제 없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고 있다. 외국인 주택 소유자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지. 이 의원은 장 대표의 발언을 두고 "서해 구조물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중국인 부동산, 건강보험 먹튀 가짜 뉴스와 혐중 발언을 쏟아냈다"며 발언이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어.

-국정감사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민심이 요동치니 여야가 모두 프레임으로 맞서는 모양새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위선 이미지를,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극단적 정서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춘듯한 인상을 주거든.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김병주(앞줄 오른쪽) 민주당 최고위원 단장으로 한 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이 지난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정치쇼 아닌 절박함"…눈물 보인 '4성 장군'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응. 캄보디아 구출 작전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 자격으로 출국한 김 최고위원은 현지에서 구금된 청년 3명을 구출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어. 그런데 구출된 청년들이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죄 용의자에 가깝다는 현지 교민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정치쇼' 논란이 불거졌어.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을 자처해 20여분 가까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어. 그는 "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는 각오로 살아왔고, 젊은이들과 함께 나라를 지켜왔기에 그 친구들을 보면 아들딸 같다"며 "피해자든 가해자든 분명한 건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이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어.

당을 대표해 재외국민안전대책단으로 캄보디아에 다녀왔던 김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들은 정치쇼로 폄하하고 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김 최고위원에 따르면, 이번 구출 작전의 출발점은 그의 지역구(남양주을)에 사는 한 청년의 어머니가 올린 절박한 민원이었어. 또 출발 당시 청년이 프놈펜에 있다는 제한적 정보 외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고 해. 그런데 한 교민은 SNS에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몇 년간 수십 명을 구출한 여러 교민도 그냥 가만히 있는데, 이틀간 그림과 구도를 짜고 와서 직접 구출했다며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어. 교민 간담회에 김 최고위원만 참석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어.

-이에 김 최고위원은 "비서진 한 명 없이 움직이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고, 별도 일정으로 간다고 했던 건 제 불찰이지만 보안 유지가 중요해 교민들에게 행선지를 알릴 수 없었다"며 "홍보로 비칠까 우려돼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일체의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어. 말을 이어가던 그는 중간중간 울컥한 기색을 보이다가 끝내 눈물을 훔치며 얼굴을 감쌌어. 정치적 계산을 떠나 위기 속 국민을 지키려는 마음을 의심받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터진 게 아닌가 싶어.

최근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이준석 "초롱이 구출쇼" 직격에…'논란 풀코스' 소환한 김병주

-김 최고위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고?

-아주 살벌하게 붙었어. 먼저 이 대표가 포문을 열었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 홍보를 위해 범죄 혐의자들을 구출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심했다"며 "레커차 유튜버처럼 흥분만 있고 책임은 없다"고 비꼬았어.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으로 송환된 이들을 영화 '범죄도시3'의 중고차 판매상 '초롱이'에 빗대며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출쇼를 벌일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어.

-맥락상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 김 의원은 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직접 캄보디아에 다녀온 인물이잖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출쇼를 벌일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캄보디아 경찰을 통해 구출한 한국인 청년의 모습(왼쪽)과 영화 범죄도시3의 중고차 판매상 초롱이 역할을 맡은 배우 고규필의 모습. /SNS 갈무리·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 최고위원은 곧장 반격에 나섰어. SNS에 약 600자 분량의 글을 올렸더라. 이 대표가 정치하면서 휘말렸던 의혹들을 줄줄이 소환했는데, 대선 토론회 '젓가락 발언'부터 '성접대 의혹'까지 다시 들췄어. 그러면서 "생물학적 연세만 청년일 뿐 추하게 늙어버린 음흉한 심보로는 감히 대한민국 청년을 입에 올릴 자격 없다"고 몰아붙였지.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찍었던 사진도 함께 올렸고.

-이 대표도 다시 한번 공격에 나섰어. 김 의원 글을 인용하면서 "김병주 의원님 멘붕 오셨냐"며 "4성 장군이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분이었다는 게 아찔하다"고 짧게 받아쳤지.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가 정쟁의 불쏘시개가 돼버렸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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