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장동혁의 '尹 면회'…전략일까 자충수일까


"尹 면회, '숙제'하듯 처리"…양쪽서 비판 나와
"어정쩡하게 '눈치 보는' 행보…전략이자 한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장 대표.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주말 윤석열 전 대통령 '기습 면회'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장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공언했던 면회를 마치 '숙제 처리'하듯 마무리한 것으로 비치면서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의 비판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 17일 김민수 최고위원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약 10분간 면회한 뒤 다음 날(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소식을 알다. 그는 "어제 오전 윤석열 대통령님을 면회하고 왔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우자"며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평안한 삶을 지키기 위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때 장 대표가 수차례 약속했던 사안이라 조용히 다녀왔던 것 같다. 특별 면회 신청했는데 계속 거부가 됐다"며 "일반 면회로 잠깐 다녀온 것 같은데, 특별히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동훈(친한)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표출됐다. 정성국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당대표께서는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지셔야 한다. 그만하시죠?"라면서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습 면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맨 왼쪽)과 김계리 변호사(맨 오른쪽)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절충안'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는 당이 나아갈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행보로는 지지율 정체 지속과 지도부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김계리 변호사로부터도 지난 18일 "잡범들과 섞여 10분 만에 면회를 끝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특별 면회로 진행했어야 했다"는 비판받았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10분짜리 일반 면회는 양쪽의 불만을 모두 피하려는 절충안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이 더 크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양쪽의 '눈치'를 보면서 당 대표로서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장 대표의 전략이자 한계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라면서 "(장 대표가) 친윤석열(친윤)계도, 친한동훈계도 뚜렷한 뿌리가 없어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확고한 결단이 없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인다면, 당 대표로서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이번 면회가 장 대표의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도, 그렇다고 강력히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 하지도 않는 '중간지대'를 택한 것으로 양쪽의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계산이라는 의미다. 이날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 관계자들은 윤 전 대통령 면회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 발언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확대 해석에 선을 그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희 당 대통령이었던 분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를 다한 것"이라면서 "민주당 모든 의원이 나서서 규탄대회까지 하던데 그럴 사안인지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충분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상의 언급이나 설명은 적절치 않다"고 부연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면회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비판 의견만 있는 것처럼 (언론에) 나오지만,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면서 "장동혁 대표도 당대표 선거 전에도 면회하러 가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약속을 지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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