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의 늪' 빠진 與…신중론 속 당내 기류 '난감'


"野 공세 휘말릴 필요 없어" 강경 기류 속
'실세 논란' 확산 우려에 깊어지는 고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블랙홀처럼 국감 정국을 달구고 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나흘째에 접어들었지만,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블랙홀'처럼 상임위 곳곳의 이슈를 빨아들이며 여당이 내세운 '정책 국감' 기조가 흐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야당의 실체 없는 의혹 제기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론과 함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김 실장의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남은 국감에서도 관련 이슈가 정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도부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이 국감에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야당이 '스토커' 수준으로 김 실장에게 집착하며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대통령실을 소관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다수 상임위에서 김 실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연일 '김현지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전날 법사위 국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의 주장을 고리로 김 실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과정에 개입했다고 공세를 폈다. 뒤이어 김 실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체포영장을 공유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 실장이 대통령 형사사건 컨트롤타워라는 정황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국감은 박정훈 의원이 김 실장을 겨냥해 종북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관련됐다는 박 의원의 주장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가 중단됐다. 행안위 국감에서는 고동진 의원이 김 실장의 재산 형성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인사혁신처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야당의 실체 없는 의혹 제기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론과 함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김 실장./뉴시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김 실장의 출석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야당의 근거 없는 공세로 국감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야당의 근거 없는 '아니면 말고'식 주장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의혹의 실체도 없는 만큼 김 실장이 출석할 필요도 없고, 국감 본질을 흐리고 있는 야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실장이 불출석할 경우 '실세 논란'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증인 채택 여부를 논의할 운영위 전체회의를 연기한 만큼, 이달 말까지 정세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굳어지고 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부속실장이 국감에 출석하는 건 전례가 없는 만큼 김 실장이 나올 명분은 없지만, 그래도 이달 말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김 실장이 일부 상임위에 한해 출석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은 결국 야당뿐이지만, 방치하면 정국이 야당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어느 정권이나 실세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김 실장에 대한 공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의혹이 집중된 상황에서 전면 불출석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캄보디아·조희대·김현지 등 국감 주요 이슈가 모두 여당에 불리한 만큼 민주당이 여론 추이를 보며 절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결정은 대통령 의중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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