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유산청, 특정업체들에 380억원 '일감 몰아주기' 의혹


담당 사무관이 평가위원 구성…6차례 반복 위촉도
김재원 "입찰 담합·하도급 유착 의심…감사원 감사 필요"

국가유산청이 수년간 특정 업체들에 약 380억 원 규모의 정보화 사업을 집중 발주한 정황이 확인됐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유산청이 발주한 정보화 사업 중 약 380억 원 규모가 A 사무관이 담당한 사업에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가유산청이 수년간 특정 업체들에 약 380억 원 규모의 정보화 사업을 집중 발주한 정황이 확인됐다.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유산청이 발주한 정보화 사업 중 약 380억 원 규모가 A 사무관이 담당한 사업에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이 분석한 A 사무관의 최근 5년간 수주 현황에 따르면, 총 6개 업체가 해당 사무관이 맡은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업체별 수주 현황은 △솔브케이(5건·29억 원) △B사(4건·64억 원) △C사(3건·12억 원) △D사(4건·18억 원) △E사(3건·52억 원) △F사(3건·40억 원)로 총액은 약 380억 원에 달한다.

문제의 핵심은 '자체평가 방식'의 악용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주로 자체평가 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후 A 사무관이 직접 평가위원을 섭외해 위원단을 구성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반복적으로 낙찰됐다.

이 같은 구조는 유산청의 내부 규정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유산청의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업무 처리규정' 제4조는 사업 담당자가 외부 평가위원을 직접 섭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자격 기준이나 중복 참여 제한이 없어, 사실상 평가위원 구성이 특정 인물 중심으로 고착화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한 외부 평가위원은 동일 기관 사업에 6차례나 반복 참여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수혜 업체는 2019년 개인사업자로 설립된 기업 '솔브케이'다. 해당 업체는 2020년 '문화재 공간정보 활용 체계 구축 사업'에서 기존 100억 원대 수주 실적을 보유한 업체를 제치고 낙찰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유산청 사업에서만 5년간 90억 원 이상을 수주했다.

대표적인 수혜 업체는 2019년 개인사업자로 설립된 기업 솔브케이다. 해당 업체는 2020년 문화재 공간정보 활용 체계 구축 사업에서 기존 100억 원대 수주 실적을 보유한 업체를 제치고 낙찰에 성공했다. /김재원 의원실 제공

입찰 담합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솔브케이는 2021년 유산청의 '문화유산 원형기록 통합DB 구축'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뒤, 일주일 만에 선정된 업체에 견적서를 제출해 하도급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유산청 담당 부서의 승인을 받았고, 일부 업체는 기관 승인 없이 하도급에 참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논란의 A 사무관은 2024년 접대 의혹 관련 제보와 함께 유산청 내부감사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감사 과정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절차상 형식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기관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수년째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공공기관 계약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관련 법령 개정과 함께 기관 내부의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원 의원은 "국가유산의 가치를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특정 업체의 이익 창구로 전락한 것은 공직윤리와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공모를 통한 유착 정황이 명백함에도 자체 감사로 마무리된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업체가 기관 승인 절차도 없이 하도급으로 참여한 정황이 있다. 이는 명백한 국가계약법 위반이다. 또한 입찰담합·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드러난 만큼 전면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더 이상 기관 내부 감사만으로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 상급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청구 및 수사의뢰를 통해 책임자 문책과 기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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