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3일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국감)에서 주한미국대사관이 45년간 대사관 청사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대상 국감에서 미국 정부가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주한미국대사관 청사의 임대료를 1980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으며 부지·건물을 무단 점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적으로 상호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배이고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불평등한 조건에 처해 있다"며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대사관 청사 부지의 추정 임대료는 한국부동산평가원 시세로 연간 193억 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 내의 공관을 유지하기 위해 공관 지역을 매입하거나 매달 월세 47만 달러(한화 약 6억 5000만 원)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각 연도 개별공시지가를 적용해 산정한 5년간 사용료 합계액은 약 45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관련 법에 따른다. 국유재산법 제32조 1항에는 '행정재산을 사용허가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과 산출방법에 따라 매년 사용료를 징수한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3조 제1항에서는 '파견국 및 공관장은 특정 용역의 제공에 대한 지불의 성격을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소유 또는 임차 여하를 불문하고 공관지역에 대한 국가, 지방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조세와 부과금으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한다. 김 의원은 "(비엔나협약에서) 면제의 대상은 조세와 부과금이고 '소유 또는 임차 여하를 불문하고 공관지역에 대한'이라고 언급된 의미는 공관부지의 확보는 매매 등을 통한 취득이나 임차의 방법으로 할 것을 예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교부가 2020년 2월 작성해 주한외국공관에 배포한 주한공관 업무 안내서에도 '공관은 공관 또는 공관의 일부를 구성하는 사무소의 이전 시 이전 후보지의 위치에 관한 적합성 여부 검토를 위해 부동산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외교부와 협의를 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김 의원은 "주한외국공관의 확보는 파견국이 유상으로 소유권 또는 임차권을 확보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외교부는 안내서에서 공관 또는 외국 정부의 부동산 취득에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본미국대사관에 대해선 부지 임대 계약을 맺고 매년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확보한 일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1983년부터 부지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 정부가 상호주의 협정을 체결한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일례로 러시아와는 1997년 협정을 통해 서로 연간 1달러씩 지불하는 상호주의를 명문화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외국 정부의 국유재산 사용료 감면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외교부가 주한미국대사관 이전 관련 모든 MOU(업무협약)를 비밀목록으로 분류해 외교사료관 일반공개 자료조차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